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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마에스트라 장한나 “지휘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첼리스트 장한나가 지휘를 한다고?’
장한나와 친분이 두터운 전(前) EMI 클래식 대표 피터 얼워드는 그에게 “도대체 왜?”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이후 DVD 영상으로 장한나의 지휘 모습을 본 그는 “지휘할 때 너를 한번도 여자로 생각할 수 없었다”며 그제서야 ‘지휘자 장한나’를 인정했다. 첼로 신동. 거장들의 사랑을 받은 첼리스트. 29년 인생이 이보다 화려할 수 있을까 싶은 장한나가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초반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장한나는 지휘자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미국에 있는 장한나(29)와 1일 전화로 만났다.

▶장한나의 3번째 ‘앱솔루트 클래식’= “아직 초보죠. 마치 동굴을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신났는데, 다양한 가능성이 보이더라구요. 하면 할수록 할게 많아요. 음악이란 게 끝이 없잖아요.(웃음)”

장한나는 2003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2007년 지휘자로 정식 데뷔한 그는 2년 뒤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을 시작했다. 3년째 열리는 올해의 ‘앱솔루트 클래식’은 13~28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지휘자 장한나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0세 이하의) 100인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그래도 지휘가 재밌는건 혼자 연습실에서 악기랑 단둘이 있는 것과 달리, 100명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작업이라는 점이죠. 지휘자는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변신해야 해요. 100명의 살아있는 악기(오케스트라 단원)를 지휘하는 셈이죠.”

올해는 전과 달리 1주일간 합숙을 진행한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청정자연을 벗삼아 하모니를 만든다. 장한나는 “연습할 때 잠깐 보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하루 24시간을 함께 생활하며 먹고 잔다”며 “보다 깊이 있는 음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지난해엔 한 작곡가 중심을 구성했는데, 이번엔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준비했다. 13일 공연에서 파야, 로드리고, 거쉬인 등 스페인과 미국 작곡가의 민속 리듬을 들려주며, 20일 글린카, 차이콥스키, 28일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의 ‘합창’ 등을 연주한다.

▶마에스트라 장한나=지휘자 장한나가 화제가 된 건, 그가 유명 첼리스트라는 것 외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여성성이 드러날 수 없고, 드러나서도 안되는 자리 마에스트라(maestraㆍ남성지휘자를 마에스트로, 여성지휘자를 마에스트라로 칭함).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100여명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라의 모습은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 하는데 필수적인 에너지와 카리스마는, 역설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그는 과거 여성 지휘자의 존재에 대해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남성 지휘자가 못하면 실력이 없는거고, 여성 지휘자가 못하면 여자라서 그렇다는 시선이 강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여성 지휘자에 대한 편견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인으로는 한국인으로는 서울시향 성시연 부지휘자가 맹활약중이며, 해외에서는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의 시몬 영, 볼티모어 심포니의 마린 알솝 등이 활동해 왔다.

“첼리스트. 동양인. 젊은 여자. 도대체 뭐지? 하는 마음도 있었겠죠. 하지만 오로지 연주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면 문제될 건 없어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근본적인 생각만 갖고 있으면 되죠.”

지휘자의 필요한 덕목은 성(性)과 상관없이 “100명 단원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이라며, “흔히 카리스마라고 칭하는 무언가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21세기 클래식은 마음의 치유=장한나가 지휘를 시작한 건, 어려서부터 생각해 온 음악의 사회공헌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는 후배들에게 “음악을 대하는 태도, 왜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본질적인 부분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싶다. 내가 훌륭한 음악가가 됐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연주자로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장한나는 음악이 주는 치유 기능에 의미를 둔다. 그는 “클래식 음악이 주는 영혼의 안식과 카타르시스. 나를 위해 연주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첼리스트 장한나=3년 뒤 첼리스트 데뷔 20년을 맞는 장한나는 첼로와 지휘가 두 마리 토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년 전부터 지휘봉을 잡고 ‘겸업’하고 있지만, 첼로 역시 항상 곁에 둔다. 8월 ‘앱솔루트 클래식’을 마치면, 12월 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예전에 자주 하던 독주 프로그램과 달라요. 노래와 춤을 주제로 가사없는 노래, 독특한 향수가 담긴 춤곡 등을 연주합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연이 될거에요.”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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