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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 아트> 뒤샹의 후예가…일상서 찾아낸…뒤샹적인 것들
佛 ‘뒤샹프라이즈’ 수상자 등 16人

영상·설치·조각작품 100여점 전시

10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서




현대미술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1887~1968)으로부터 출발했다. 1917년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를 가져와 ‘샘’이라 명명하며 현대미술의 서막을 알렸다. 따라서 현대미술은 뒤샹이 있기 전과 후로 구분된다. 이 ‘20세기의 가장 특별한 예술가’는 예술을 마치 유희하듯 대했으나,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누구보다 급진적으로 바꿔놓은 인물이다.

‘다다이즘의 주역’인 뒤샹의 실험을 홀대했던 프랑스가 요즘은 그를 끌어안기에 바쁘다. 프랑스 소장가(컬렉터) 중심으로 구성된 프랑스현대미술 국제화추진회(약칭 Adiaf)가 2000년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를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Adiaf는 이 상을 통해 프랑스 젊은 작가를 세계에 알리고, 뒤샹의 의미도 되짚어보고 있다. Adiaf는 공모를 통해 매년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한 뒤 1명을 최종선발해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어준다.

그 수상자의 작품을 모은 ‘오늘의 프랑스미술: Marcel Duchamp Prize’전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됐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동향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는 그간의 ‘뒤샹 프라이즈’ 후보자 및 수상자 45명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16명의 작품 100여점으로 꾸며졌다. 영상, 설치, 조각, 사진, 판화 등 뉴미디어적 형식을 다양하게 갖춘 출품작은 작가의 개성이 도드라지도록 구성됐다. 

슈퍼에서 구입한 원색의 일상용품을 선반에 배치해 ‘산업과 예술의 교류’를 추구한 마티유 메르시에의 벽면작업 ‘Homonculus’.

뒤샹처럼 레디메이드(기성품)를 차용해 작업하는 마티유 메르시에는 예술과 산업을 접목한 산뜻한 설치작업을 출품했다.

메르시에는 “산업과 예술은 양방향으로 교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교류의 접점에 내 작품이 있다”고 밝혔다.

슈퍼에서 구입한 원색의 생활용품을 수직ㆍ수평선 속에 재구성한 작업은 몬드리안의 회화를 떠올리게 한다.

네온 불을 밝힌 매혹적인 둥근 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클로드 레베크의 작품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작곡가 출신으로 작곡하면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작업하는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는 사운드 설치미술을 내놓았다. 미술관 바닥에 대형 물통 3개를 설치한 뒤 펌프에 의해 생성된 전류 효과가 물통 속 도자기 그릇을 부딪혀 소리가 나도록 한 작품이다. 

버려진 집을 형상화한 피에르 아르두뱅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줄 거야’
빛을 대비시킨 발레리 블랭의 사진작품‘무제’.

작가는 “오선지에 인위적으로 음표를 그리는 음악보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재료가 빚어내는 우연적인 음악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했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쥘스 푸쉬 Adiaf 회장은 “우리는 예술이 소수 엘리트 집단이나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삶 속에서 즐겁게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300여명의 젊은 컬렉터로 이뤄진 Adiaf는 프랑스 현대미술계의 동향을 애정어린 눈으로 주시하고, 이를 세계 무대에 적극 소개하고 있다.

국적을 프랑스로 국한하지 않고, 프랑스에서 작업하는 작가를 두루 포용하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전시는 10월 16일까지. (02)2188-6000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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