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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강남좌파’ 외 200자 다이제스트
▷강남 좌파(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생각은 좌파적이지만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인 ‘강남 좌파’란 말을 만들어낸 강준만 교수가 강남좌파의 실체와 논란을 정리하고, 박근혜, 조국, 손학규 등 강남좌파의 유형을 총정리했다. 모든 정치인은 강남좌파라고 전제한 강 교수는 정치 엘리트가 되려면 학력, 학벌,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둬야 하기 때문에 모든 좌파는 강남좌파이며, 우파 역시 포퓰리즘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 강남 좌파적 요소를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강남 좌파는 이념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엘리트에 관한 문제라는 새로운 화두는 담론을 확장시킨다.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A.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살림)=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진실은 다를 때가 많다. ‘인생 실험의 대가’로 불리는 제이콥스는 자신을 실험용으로 기꺼이 바친다. 스스로 자신을 인간 모르모트라고 부른다. 책은 9가지 현장실습 얘기다.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하기,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 스타로 살아보기, 누드모델 되기, 아내로 살아보기 등 타인의 삶을 살아내며 그가 들려주는 얘기들은 또 다른 진실이다. 마치 시트콤 ‘미스터 빈’을연상시키며 우습기도 하지만 이는 뇌의 오류를 거침없이 드러냄으로써 통쾌함을 준다.

▷꿀벌을 지키는 사람(한나 노드하우스 지음, 최선영 옮김/더숲)=4대째 꿀벌지킴이로 살아온 양봉업자 존 밀러의 삶을 5년 동안 추적하면서 써내려간 논픽션. 꿀벌의 집단폐사로 꿀벌청문회까지 열린 미국, 국내 토종벌의 90% 이상이 폐사된 현실에서 양봉은 사업이 아닌 생존의 기로에 선 종을 지키기다. 젊은 시절부터 매년 8개월 이상 가족들과 떨어져 양봉에 몰두해온 밀러는 벌떼들의 갑작스러운죽음, 가뭄, 꿀가격 급락, 저가 꿀의 공급, 은행 빚 독촉 등으로 곤경에 처하지만 벌과 일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벌떼의 죽음의 배경은 살충제. 사라져 가는 꿀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자연에 저지른 죄악의 경고로 읽힌다.

▷말이 통해야 산다 2(박세연 지음/에세이퍼블리싱)=“사람만이 자산이며 조직의 시너지는 활발한 소통과 공유를 통해 사람에게서 나온다.” 광고기획자는 소통의 방식에 관한 한 전문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광고대행사인 ㈜포레카의 1년차 초보 CEO이지만 저자는 동물적 감각으로 소통의 본질을 꿰뚫는다. 책은 조직생활에서 한 번쯤 경험할 만한 다양한 이슈를 놓고 현장사례를 통해 따뜻하면서도 명쾌하게 소통의 해법을 제시했다. 또 주요 고객인 포스코 패밀리의 상생과 사랑받는 기업의 조건 등이 행간마다 녹아 있어 포스코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지침서 역할을 한다. 직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CEO의 뜻을 헤아리려는 이 시대 샐러리맨이나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도 하나하나 챙겼다.

▷내 이름은 왜(이주희 지음/자연과생태)=흔히 ‘황소’를 말할 때 ‘황’자를 누렇다는 의미로 여기지만 ‘크다’라는 뜻의 ‘하다’에서 ‘한쇼>항쇼>황소’를 거쳐 형성된 말이다. 저자는 언어로 표기되기 전, 생물에 붙여진 이름을 통해 우리말의 어원을 찾아나선다. 말나리, 미나리, 미더덕 등 잘 알고 있는 생물이름에는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조상들이 쓰던 표현이 들어있어 어휘를 복원하는 게 가능하다. 말나리와 말매미, 말벌의 ‘말’은 크다는 뜻이며, 미더덕과 미나리의 ‘미’는 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의미가 확장돼 굳어진 경우, 한자말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말인 것 등 생물의 이름을 찾아 올라간 저자의 우리말 사랑이 귀중한 생태문화와 우리말 보고서로 남았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도종환 지음/창비)=맑고 고요한 도종환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삶의 배반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건져올리는 들꽃 같은 질김과 빛남을 보여준다. 그 에너지의 뿌리는 자연에 닿아있다. 시인은 지금 자신의 생의 시계를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로 본다. 찬란한 때는 지났지만 태양이 기울기 전 황홀한 시간이 한 번쯤 남아있는, 앞쪽과 뒤쪽을 다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시간이 부여한 그 관조의 거리를 시인은 위로와 사랑으로 채운다.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 젖고 있는 많은 나무들, 소외된 홀로 외로운 존재들에 시인은 더욱 흔들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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