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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지금부터 20년간은 화폐춘추전국시대
최근 금값이 수직상승하며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중국의 금 사랑은 그렇다치고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까지 최근 재산증식 수단으로 금 사재기 대열에 끼어들면서 금값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금값은 앞으로도 상당히 올라갈 여지가 많다는 게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의 전망이다. 그는 “세계 화폐는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가려고 한다. 금의 가격은 온스당 1만달러까지 올라가더라도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이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미국의 부채, 양적 완화 정책 등과 물려 있다. 쑹홍빙은 ‘화폐전쟁’ 3탄에선 금뿐 아니라 은의 관리와 가치에도 주목한다. 금의 가치가 상승한다면 은은 더욱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쑹홍빙의 ‘화폐전쟁’이 본론으로 들어왔다. 1, 2권이 미국과 유럽의 화폐 역사와 금융 변화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3권은 중국이야기다. 아편전쟁이 발발한 1840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근현대사를 화폐를 중심으로 풀어써 새롭다. 무엇 때문에 중국에서만 아편무역과 아편전쟁이 발생했으며, 무슨 이유로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성공했고 중국의 양무운동은 실패했는지 금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어낸다. 또 장제스는 소련의 지원을 받아 북벌을 완수한 다음 왜 공산당과 반목했고 화폐를 통일했지만 주권을 수호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도 따진다.

중국의 근대화과정에서 몇몇 가문의 부의 축적과 화폐개혁,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측면의 격동의 현장 얘기는 우리에겐 생소하다. 국민당이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핵심 이유로 쑹쯔원이 주도한 외환자유화 금융개혁을 지목한 것 역시 흥미롭다.

신중국의 탄생과 함께 발목을 잡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투기꾼에 맞서 정부가 어떻게 이를 해결했는지는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일본은 또 다른 케이스 스터디다. 쑹홍빙은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양무운동의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일본 재벌 세력은 국가이익을 대변한 반면, 중국 매판세력은 오직 개인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천황제 복귀에 일등공신이 된 금융가문 미쓰이, 메이지 유신 초기 낮은 외국자본과 외채 의존도,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3대 본토 금융세력의 외국은행 견제, 매판 자본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한 토양 등 일본은 자국 금융시스템을 완벽히 통제함으로써 국가의 운명도 장악할 수 있었다.

쑹홍빙은 새로운 개념과 용어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듯 보인다. 이번엔 금융을 주권국이 수호해야 할 제4의 영역으로 제시한다. 쑹홍빙은 화폐발행권을 형성, 행사하기 위해선 일련의 완벽한 체계적 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시스템을 금융하이 프런티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런민비(人民幣)와 달러화의 향배. 미국의 런민비 평가절상 압력에 대해 그는 비판적이다. 달러 채권가치를 희석시킴으로써 미국의 실제 부채규모를 대폭 줄이고 중국의 자산가격 버블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본다.

쑹홍빙의 금융 주권 시나리오는 런민비와 외화의 고리를 끊고 물가본위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외국환평형기금 설립, 중앙은행이 매입한 외환을 자산교체방식으로 처분함으로써 독립적인 런민비 발행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달러화는 203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비율이 200%에 육박하게 되면 쇠퇴할 것으로 예측한다.

“달러가 구제 불능 상태에 이르면 뒤이어 화폐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지금부터 2035년까지 4분의 1 세기 동안 전 세계적인 화폐전쟁은 서서히 막을 올릴 것이다.”

미래 20년은 세계화폐 시스템에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시대라는 얘기다. 달러로 대표되는 채무 화폐와 금과 은으로 대표되는 성실한 화폐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시기다.

이후 중국이 금융패권을 쥐는 시나리오는 은을 전략화하는 것. 현재 세계 최대의 은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물량은 연 생산량의 절반인 5000t이다. 이를 무기화하기는 쉽다.

쑹홍빙의 이런 전략은 정의, 민족주의를 부추겨 다소 우려스럽다.

갈등과 적절한 해법, 감성적이며 일관된 흐름은 잘 짜인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중국과 일본의 근현대사 해석 가운데 학술적 보완이 요구되는 건 숙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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