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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비인형은 없다…발레리나 3인의 飛翔
춤·설치미술·패션의 만남 ‘플라잉 레슨’…임혜경·김지영·김세연이 빚어내는 옴니버스식 이색 발레
세계 무대서 활약 최고 무용수들

일정 조율에만 수개월 걸려

춤추는 순간엔 150% 실력 발휘

설치미술·조명작가 조민상

패션 디자이너 이재환도 공동작업

피카소 그림 같은 공연

기존 클래식 발레와 차별화




발레리나는 고독하다. 온 신경이 몸의 근육 세포를 따라 흐르고, 한치 어긋남 없는 정확한 몸짓이 몸을 지배한다. 무용수들은 발레를 생각할 때만큼은 철저히 혼자다. 고독의 시간을 넘어 하염없이 고통을 감내한다. 발끝, 손끝, 눈썹 하나 제 멋대로 휘날려서는 안된다. 선으로 빚는 예술의 극치를 표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몸짓을 빚는다.

무대 위의 고독감을 온몸으로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선 무희(舞姬)들. 제각각 충분한 존재감을 내뿜는 세 여인이 만났다. 국내 톱 발레리나로 꼽히는 임혜경(40ㆍ유니버설발레단 객원수석), 김지영(33ㆍ국립발레단 수석), 김세연(32ㆍ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솔로이스트). 세 사람은 오는 22, 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플라잉 레슨’을 올린다. 폭염속에서도 연습 강행군인 무용수들을 지난 18일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연습실에서 만났다.

▶‘플라잉 레슨’…바비인형 같은 발레리나는 잊어라=“갈라(gala)식으로 할 수는 있지만, 새 작품의 안무를 맞추고 함께 연습해서 무대를 만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죠. 각자 스케줄 맞추는 것만 몇 개월은 걸렸어요.”(김지영)

세계 무대서도 활약 중인 이들 무용수는 지난 1년반 전부터 의기투합했다. 김세연은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무용수, 안무가, 섭외 등 모든 일을 기획했다. 무용은 물론 조명(설치미술ㆍ조명작가 조민상)과 패션(디자이너 이재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각자 바쁜 스케줄을 짬내, 총 6개 작품 중 2개(플라잉 레슨, 나를 마셔 나를 먹어)의 신작을 초연한다.

지난 6월 중순, 2주간 네덜란드에서 모여 안무를 맞췄다. “사실 전 별 생각 없이 했어요. 이렇게 일이 크게 될 줄 모르고.(웃음) 조용히 우리끼리 해보자 했던 프로젝트인데 막상 시작하곤 진짜 힘들었어요. 늘 발레단이 해줬는데 지금은 제가 다 해야 하니까요. 안무가, 무용수들 각각 스케줄 맞추는 것만 해도 보통일이 아니죠. 그래도 춤추는 순간은 150% 나와요. 정말 엄청난 에너지들의 모임이에요.”(김세연)

김세연

이들은 한결같이 즐겁다. 이번 공연은 고정된 틀을 벗어나, 따로 또 같이 개성을 표출하고 자신을 실험하는 무대. 무용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하나씩 골라잡았다. 임혜경은 삶의 질곡을 회색으로 표현한 ‘회색의 방’, 김지영은 그리스 신화 속 미노타우로스 이야기를 소재로 한 ‘미노스’, 마지막 작품인 ‘비’는 김세연의 독무로 이뤄진다. 임혜경은 “정해진 틀을 벗어난 색다른 발레의 모음집”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주로 클래식 발레를 많이 했던 무용수들이 자유분방한 현대 무용에 도전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공연 타이틀이기도 한 ‘플라잉 레슨’은 항상 날갯짓하지만 날지 못하는 인간 무용수의 숙명을 형상화했다. 조민상 설치미술가의 동명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 플라잉 레슨은 어린 소녀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인력으로 동력이 발생하는 친환경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인간이 난다는 것에 대한 욕망을 다채롭게 표현한 작품으로, 세 무용수가 네덜란드 현지에서 함께 안무를 배워온 세계 초연작이다.

“토슈즈를 신고 하는 모던 발레입니다. 그동안 백조의 호수와 같은 클래식 발레에서 보던 바비인형 같은 발레리나가 아닌, 클래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안무예요. 정물화가 아닌 추상적인 피카소 그림 같은 느낌이랄까. (표현법에) 정답이 없어서 그게 좀 적응이 안 되지만, 한편으론 내 몸에 딱 맞게 만들면 그야말로 ‘명품 맞춤옷’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패션디자이너가 무용수를 위해 만든 최고 퀄리티의 맞춤복 같은.”(김지영)

임혜경<왼쪽>, 김지영

▶톱 발레리나 셋의 만남…“그동안 이런 공연은 없었다”=
세 무용수의 인연은 남다르다. 임혜경과 김세연은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났고, 김지영과 김세연은 한 살 터울로(김지영이 한살 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함께 활동했다. 임혜경과 김지영은 예원학교 선후배다.

여자 무용수들이 흔히들 솔로로 돋보이고 싶어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세 사람은 최고의 무용수이면서도 함께 무언가 해보고자 시도했다. 특별한 경쟁의식이 없는 것은 세 사람이 각기 매력이 다른 탓도 있다. 임혜경은 174㎝의 큰 키에 선 굵은 마스크로,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이 크다. 김지영은 164㎝의 키에, 가늘고 예쁜 선에 있어서 독보적이다. 김세연의 키는 둘의 중간. 여성적이며 우아한 매력이 넘치는 무용수로 유명하다.

큰 언니 임혜경은 지영, 세연에게 절대 후배라는 표현으로 위계질서를 잡지 않는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훌륭한 무용수들일 뿐. 후배라는 생각은 일단 접어둔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 평등하다.

“이런 공연은 없었어요. 각각 유니버설발레단이나 국립발레단 소속으로 기획 공연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개인들이 모여 만든 공연은 드물죠. 경쟁이 아닌 협력, 서포팅을 주고받으며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임혜경)

‘플라잉 레슨’은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공연이다.

“마지막 추는 작품은 ‘비’에요. 바흐의 클래식 음악에 맞춰 토슈즈를 신고 현대무용을 선보이죠. 예쁜 몸의 선이 드러나는 것이 강점이에요. 여러 기교를 부리고 장식을 넣다가도 제일 마지막 순간은 가장 심플한 것. 다른 장치 없이 음악과 무용만으로 무대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김세연)

“작품의 성격이 다양해서, 볼륨감 있는 공연이 될 거예요. 각 작품에서 전달하는 내용을 눈과 귀로 따라가기만 하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김지영)

◇<플라잉 레슨>=7월 22~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1만~7만원. (02)6900-3900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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