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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Stage>뮤지컬 작품과 공연장, 찰떡궁합 있다?!
국내 공연 12년째인 뮤지컬 ‘렌트’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2000년)와 토월극장(2002년), 연강홀(2004년), 대학로 소극장(2007년), 한전아트센터(2009년)를 거쳐 오는 8월 28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공연장이 바뀔 때마다 ‘렌트’는 미묘하게 다른 매력을 변주했다. 화려함(오페라하우스), 실험과 파격(연강홀), 친근함(소극장), 보다 대중적인 느낌(충무아트홀)까지. 같은 작품인데도 공연장별로 다양한 매력을 오간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공연장이냐’에 따라 느낌과 감동이 다르다. 작품과 공연장별 궁합이 존재하는 탓이다. 때로는 단순히 객석 규모나 무대 구조 등과 무관하게 공연장의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지는 ‘맞춤형 공연’이 있다. ‘1t 무게의 조명을 버텨낼 만한 튼튼한 공연장’과 같은 현실적인 조건이 작품과 공연장 간 궁합을 좌우하기도 한다.

공연계 관계자들이 본 작품과 공연장별 궁합지수를 들여다봤다.

▶오페라의 유령, 빌리 엘리어트… LG아트센터=2001년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국내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다. 국내 첫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일종의 ‘컬처 쇼크’였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 화려한 무대가 관객들의 눈을 현혹했다. 당시 이 작품을 올린 LG아트센터도 덩달아 관객들에겐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작품은 그동안 저작권 개념조차 없던 국내 뮤지컬계의 분위기를 확실히 바꿨다. 당당하게 판권을 사와 올린 첫 작품으로, 국내 뮤지컬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까지 LG아트센터는 ‘오페라의 유령’의 초연 극장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LG아트센터에서의 성공이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국내 성공 척도가 된다는 인식도 있다. 2001년 초연에 성공한 ‘오페라의 유령’은 2006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올라, 커진 규모만큼 큰 수익을 거뒀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LG아트센터는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과 함께 국내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산파 역할을 했다”며 “이후 LG에서 성공 여부가 흥행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초연한 ‘빌리 엘리어트’도 LG아트센터와 잘 맞아떨어졌다. 최근 6개월간 장기 공연한 이 작품은 총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라이선스 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했다.

오는 8월 2일부터 또 다른 대작 ‘아가씨와 건달들’이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195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고전’ 뮤지컬로, 국내에는 83년 상륙해 라이선스 공연으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지킬앤하이드… 샤롯데씨어터=지난 9개월간 샤롯데씨어터에서 장기 공연된 ‘지킬앤하이드’가 오는 8월 말 대장정을 마친다. 무엇보다 장기 대관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1200석 규모)만 한 극장이 없다. ‘관객 1000명 이상은 잘 안 찬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적용하면, 규모 면에서도 적당한 편이다. 지킬과 같이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감정선을 따라잡아야 하는 뮤지컬은 국립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대극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이미지의 이 작품은 공연장 내부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유럽풍의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는 유럽 뮤지컬 특유의 매력과 어울린다는 평가다.

▶맘마미아… 오페라하우스, 디큐브씨어터=전 세계 1억명 이상이 관람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어떤 공연장이든 관계없이 흥행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입증된 작품인 만큼 10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만한 공연장이 잘 어울린다. 



아바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음향시설도 매우 중요하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은 “공연할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할 음향시설의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음향에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8월 30일부터 재공연하는 ‘맘마미아’는 고가의 음향시설을 갖춘 1200석 규모의 디큐브씨어터(8월 30일 개관)를 선택했다. 신축된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음향시설뿐 아니라, 미국 브로드웨이극장처럼 2층과 무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것이 장점이다. 또 커튼콜 장면에서 1t 무게의 조명이 올라가는 만큼 이를 지탱할 탄탄한 무대도 갖췄다.

2004년 초연됐던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도 대형 뮤지컬인 ‘맘마미아’의 명성에는 잘 어울렸다는 평가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홍보팀장은 “당시만 해도 영국 현지에서 공연 중인 작품이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에, ‘맘마미아’의 국내 공연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두산아트센터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넘친다. 특유의 창의적ㆍ아티스틱(artistic)한 분위기로 평범한 작품들보다는 틀을 깬, 젊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잘 어울리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두산아트센터의 단골 작품. 제작사 뮤지컬해븐 이현선 씨는 “연강홀의 개성넘치는 분위기와 다양한 각도에서 봐도 뚫린 무대는 파격적인 극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18일 개막하는 박칼린ㆍ남경주 주연의 ‘넥스트 투 노멀’도 연강홀 무대에 오른다. ‘넥스트 투 노멀’은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이듬해 토니상 3개 부문을 거머쥔 화제작. 치밀한 이야기 구조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가족애의 의미를 담아낸 록뮤지컬로 국내 초연된다.

▶그리스… 동숭아트센터=상큼 발랄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대표격인 ‘그리스’는 아기자기한 공연장과 궁합이 맞는다. 대학로에 위치한 친근한 이미지의 동숭아트센터(450석 규모)와 ‘그리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다. 2003년 초연부터 올해로 9년째 공연되는 ‘그리스’는 약 2년3개월간 동숭에서 공연됐다. 전체 공연 기간의 4분의 1가량을 한 공연장에서 올렸으니, 관객들이 ‘그리스’ 하면 동숭을 떠올리는 것도 당연하다.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은 PD는 “ ‘그리스’는 기본적으로 중극장에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작품으로, 공연장 규모를 키우려는 욕심을 내면 되레 흥행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리스’는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젊은이들이 편하게 즐기는 뮤지컬인 만큼 10, 20대의 접근성이 높은 대학로라는 위치도 최적의 조건이다.

<조민선 기자@bonjod08>/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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