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진실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상식의 ‘맨얼굴’
‘상식에 비춰볼 때~’ 혹은 ‘비상식적’이라고 얘기될 때 일으키는 권위와 파괴력은 무지막지하다. 한 공동체가 공유한 최소한의 규칙을 상식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상식은 그런 힘을 갖는 게 합당할까.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네트워크 과학전문가인 던컨 J. 와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식은 전혀 정의롭지도 않고 진실을 왜곡하기까지 하며, 그 허술함으로 많은 정책과 결정, 선택을 실패와 오류로 이끈다. 

저자가 지적하는 상식의 구조가 갖는 허점은 순환논리다. 가령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왜 훌륭하며 ‘해리포터’가 왜 성공했는가를 들여다보면 결국 모나리자이기 때문에, 해리포터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논리다. 즉 X가 성공한 것은 X에게 X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인데, 이는 사회적 동향을 설명할 때도 흔히 적용된다. 가령 동성 커플의 결혼을 허용하는 일,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일 등을 설명할 때 사회가 그것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설명하는 식이다. 사회가 그것에 대해 ‘준비가 돼 있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뿐이니, X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저자는 이런 순환적 논리를 시정하는 일이 미시ㆍ거시 문제, 즉 개개인의 선택이 사회라는 세계의 거시적 현상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의료비 절감이나 학교 교육의 질 향상, 새로운 에너지 절약방법을 구상 중인 정책 입안자는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그저 직관과 상식적 추론에 따르고 있을 뿐이다.

소셜네트워크도 흔히 사람들의 영향관계를 설명할 때 거론되는 상식과 달리 작동한다. 네트워크과학 전문가답게 특히 소셜네트워크 속에서의 사람들의 선택과 움직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새로운 눈을 열어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