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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CHOICE | MUSICAL]唯心造, 뮤지컬 리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강유·김지욱 대학생 기자>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하이테크 뮤지컬. 거 타이틀 한 번 거창하다. 뭔가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느낌이 온다. 자본과 기술. 우선 이런 껍데기들은 내려놓자. 남루한 옷차림으로 백성들과 어울렸던 ‘원효’를 떠올려 본다. 일체유심도라,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하니 오직 마음만으로 뮤지컬을 감상하기로 했다. 

누구도 몰랐던 원효의 매력

대한민국 의무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름. 신라시대 불교의 대중화를 이끈 존경받는 승려 혹은 한 나라의 공주와 혼인하고 자식까지 가졌던 한 파계승.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마음속에 툭 떠오른 위인이 있을 테다. ‘원효’ 국사책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던 그가, 왠일인지 무대 위로 행차하셨다. 그것도 시장바닥에서 시비 붙어 도망가고, 기생집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등, 승려로서는 꽤나 기상천외한 모습을 하고 말이다. 물론 그가 막돼먹은 땡 중의 면모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과 함께 얻은 깨달음과 나병 환자가 먹었던 사과마저 서슴지 않고 베어 무는 그의 담대함은 우리가 알고 있던 ‘원효’의 모습 그대로다. 다만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쾌활하게 표현되었을 뿐.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한 위인의 허를 찌르는 태도와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공연의 주된 웃음 포인트이자 묘미이다. 원효가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이었던가, 집에 돌아와 묵혀뒀던 역사책을 펼쳤다.


1000년이 지난 전설 속의 사랑

뮤지컬에서 사랑이야기가 빠지면, 어쩐지 허전하다. 뮤지컬 <원효> 역시 신라시대 최대의 스캔들로 일컬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려냈다. 존경받는 승려 원효와 신라의 공주 요석. 사랑에 빠지기에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 이들의 관계는, 애틋하고 극적인 로맨스의 재료로 충분하다. 이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이들의 우연. 그리고 운명적 사랑은,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까지 졸이게 한다.

아찔한 두 사람의 밀당은 결국 원효가 요석 궁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 끝이 난다. 불도를 어긴 파계승, 욕망을 참지 못한 순간,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살겠다며 노래를 울부짖는 순간. 그 어떤 관객이 그들의 사랑을 불경하다고 하겠나.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실제 역사에서는 한 순간의 꿈, 혹은 삼일천하라고 부르곤 하는 찰나의 사랑이지만, <원효>에서 만큼은 그런 사소한 뒷얘기는 신경 쓰지 말자. 1400년 만에 부활한 전설 같은 사랑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웅장함과 섬세함의 짜릿한 조화

앞쪽에서 ‘마음만으로 뮤지컬을 감상해 보자’고 너스레를 떨었으나, 무대와 의상에 관한 이야기는 빠뜨릴 수가 없겠다. <원효>가 공연된 장소는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우리금융아트홀(역도경기장). 무려 1200석 규모의 공연장은 뮤지컬 공연장 치고는 실로 거대한 규모이다. 거기에 더해 총 5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하이테크 뮤지컬, 그 말만으로도 공연의 웅장함이 그려진다. LED와 디지털 라이트로 구현되는 황룡사와 장면 별로 변화하는 환상적이기까지 한 무대디자인은 처음부터 좌중의 시선을 압도한다. 그 중 원효가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신 뒤, 깨달음을 얻는 장면에서의 무대디자인은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배우들의 의상도 절경이다. 총 천연색으로 치장한 입체적인 무대의상은 전통의복과 승려복이라는 한계를 벗어난 시각적 호사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공주의 의상에서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스펙터클 뮤지컬이란 이런 것이지.’ 투자대비 공연의 질에 반기를 들 마음은 전혀 없다. 청각적 부분에서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배우들의 말 그대로 소름 돋는 가창력은 12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울리고도 남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경음악 등의 사운드 효과가 너무 웅장한 나머지 종종 배우들의 노래를 덮어버렸고, 몇 몇 부분에서의 가사전달력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 정도. 하지만 이는 막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의 기술적인 결함일 뿐, 공연의 완성도는 우리를 경탄에 빠트리기에 충분하다.  


공연정보

뮤지컬 <원효> (2011)  

공연시간 130분

공연기간 4월 22일~6월 12일

장소 우리금융아트홀   

출연 이지훈, 서지훈, 김아선, 선우 등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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