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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운하와 중국 상인’외 출판 다이제스트
▶인문, 과학, 문학
▷대운하와 중국 상인(조영헌 지음ㆍ민음사)=명청시대 제국의 수도 북경과 경제 문화의 중심지 강남을 잇는 장장 1600㎞에 달하는 대운하는 단순한 물길이 아니었다. 하찮은 휘주 상인이 경제 최선진 지역인 강남에 진출해 전국적 활동을 펼치며 중국 최고의 상인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데는 강희제의 남순이 관련돼 있다. 지방의 재정적 곤란을 짊어진 상인들과 강희제의 정치적ㆍ경제적ㆍ전략적 만남의 결과다. 물길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종교와의 타협, 이용도 필요했다. 거대한 중국을 강력한 국가로 통합한 핵심요소이자 네트워크로 대운하를 주목,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남긴다.

▷바이바이, 블랙버드(이사카 고타로 지음ㆍ민경욱 옮김ㆍ랜덤하우스)=일본의 촉망받는 젊은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소설. 다자이 오사무의 미완성작 ‘굿바이’에 대한 오마주이자 속편 격인 작품이다. 다섯 명의 여자와 동시에 사귀던,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가 여자들에게 이별을 알린다는 설정을 차용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 유머러스한 전개를 더해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쾌한 문장 속에 숨은 관계에 대한 통찰이 블랙 코미디적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뇌과학 여행자(김종성 지음ㆍ사이언스북스)=신경과 의사인 김종성 교수가 뇌과학과 예술기행을 넘나들며 독특한 여정을 담아냈다.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속 주인공들의 병증을 통해 그림을 분석한 내용은 흥미롭다. 월경성 편두통을 앓았을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 고야 그림의 칙칙함을 청력, 시력 상실에서 찾았다. 알퐁스 도데는 척수 매독환자여서 다리를 절었으며, 라벨이 악보를 적지 못한 건 뇌손상 후 증후군이 아닌 알츠하이머병이란 주장 등 여행과 지적 모험을 따라가는 즐거움을 준다.

▶경제, 경영, 자기계발
▷돈이 MONEY? (탁승호 지음ㆍ박영사)=조개껍질부터 주화, 지폐 그리고 신용카드까지, 화폐의 발전은 문명의 발전과 궤를 함께했다. IT 기술의 발전은 화폐의 의미와 삶의 방식마저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저자는 ‘화폐혁명’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전자결제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카드수수료율 제도 개선 등 편의 증진과 신용질서를 위한 통찰과 제언이 돋보인다. 복잡해지는 화폐의 진화 속 자칫 멀어지기 쉬운 기호와 실물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

▷팻(돈 쿨릭·앤 매넬리 엮음ㆍ김명희 옮김ㆍ소동)=팻, 뚱뚱함에 대한 혐오라는 주류현상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분석했다. 13명의 인류학자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팻의 문화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브라질의 중산층 여성에게 지방은 빈곤과 유색인종의 상징이지만 니제르의 여성들에게 뚱뚱함은 이상적 몸매다. 랩과 힙합에서 비만 남성을 찬양하는 현상부터 포르투갈의 금식하는 성녀의 사례 등 뚱뚱함은 문화가 만들어낸 구성물일 뿐이란 주장이다. 저지방 우유를 찾으면서 휘핑크림을 얹어 먹는 아이러니도 짚어낸다.

▷자본주의 새판짜기(대니 로드릭 지음ㆍ고빛샘 외 옮김ㆍ21세기북스)=‘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화론은 깊은 세계화, 극대화된 세계화를 지지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민주주의와 국민국가, 세계화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가야 하는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순 없다. 트릴레마, 삼자택이다. 여기서 로드릭은 ‘얕은(thin) 세계화’를 제안한다. 세계화는 자본주의를 범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얕은 세계화에 자본주의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민족자결권(국민국가), 글로벌 경제의 미묘한 역학관계 속에서 후자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것은 균형 잡기다.

▶실용, 취미, 아동
▷카페 이탈리아(맹지나 지음ㆍ넥서스북스)=공기를 압축해 뽑아낸 쌉싸래하고 진한 이탈리안 커피. 누구나 알고 있지만 또 실은 그 이상 깊이 알진 못하는 에스프레소의 정의다. ‘카페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을 여행하며 쓴 커피 순례기다. 부드러운 풍미의 베로나 커피,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진 베네치아 카페 등 이탈리아 각 고장의 커피와 카페의 매력을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뽑아냈다. 저자가 직접 담은 풍성한 사진들 역시 은은한 삶의 여유를 전한다.

▷우리는 인문학교다(김준혁 외 지음ㆍ학이시습)=대학을 포기한 고3학생 4명이 인문학을 만나 하루하루 학습과 성장의 모습을 기록한 학습다큐. 학교성적, 가정 형편 모두 평균 이하인 아이들이 심한기 청소년문화공동체 품 대표의 제안으로 1년 넘게 꾸준히 인문학을 공부해 논문까지 쓰게 된 과정을 날것 그대로 담아냈다.학생들의 수업일기와 수업자료, 부모님과 함께한 수업, 평소 소통한 얘기 등 가감 없는 일상들이 영상보다 더 실감난다. 또 기존 논문의 형식을 자기방식대로 변용하되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편 학생들의 논문 3편은 성장보고서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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