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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가 어렵다고?’…발레축제 100배 즐기기 가이드 라인
발레는 대중에게 낯선 장르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요즘 문화계의 화두는 단연 ‘발레’다. TV 예능, 패션, 공연계까지 ‘발레 열풍’이다. 50년 국립발레단 역사상 최초로 ‘지젤’이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TV에 나온 연예인들은 기꺼이 발레 스타일로 분한다.

대중이 발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발레 공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발레 축제가 국내에서도 탄생했다.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에서 개최되는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발레의 대중적인 접근이다. 이에 발레를 전혀 몰랐던 이들도 재미를 느낄 만한, ‘발레 즐기기’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발레 100배 즐기기…스토리를 미리 익혀라!=발레는 대사 없는 마임으로 이뤄지는 무언극이다. 대강의 스토리만 파악하고 있으면 웬만한 내용은 눈치로도 알 수 있다.

12일 축제 첫날을 장식하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그나마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얼마 전 영화 ‘블랙 스완’의 흥행도 이 작품의 인기에 한몫했다. 우연히 호수에 들렀다가, 백조들이 인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본 왕자가 그 중 가장 아름다운 백조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축으로 한다. 이 작품은 카리스마 넘치는 정열의 흑조와 왕자의 파드되가 하이라이트다. 공주가 청순한 백조와 악마적인 흑조를 휙휙 오가는 장면이 압권이다.

22일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선보일 ‘지젤’ 역시 매우 대중적인 작품이다. 특히 2막에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나풀거리는 지젤의 춤이 압도적이다. 발레리나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1막 초반에는 사랑에 빠진 명랑한 시골 처녀, 후반에서는 미쳐가는 비련의 여인, 2막에서는 슬픈 요정의 모습까지, 여성 무용수의 역량을 한눈에 평가하기 좋은 작품이다.

▶기본 마임ㆍ발레 용어만 익혀도 재미는 두배=반복해서 나오는 간단한 마임 몇 가지만 숙지해도 발레가 훨씬 재밌어진다. 자주 등장하는 마임은 사랑, 결혼, 맹세 등의 단어다. 두 손가락을 치켜세운 한쪽 손을 번쩍 올리는 것은 맹세를 뜻한다. 오른손으로 왼손의 약지를 가리키는 것이 결혼이다. 사랑은 심장에 두 손을 모으는 제스처다. 그밖에도 나, 당신 등 웬만한 표현들은 눈치로 알아챌 수 있다.

간단한 용어만 숙지해도 재미는 배가 된다. 여성 무용수들이 입는 흰 레이스로 된 치마를 ‘튀튀(tutu)’라고 한다. 불어로 ‘망아지 엉덩이’라는 뜻의 튀튀는 ‘백조의 호수’에 주로 등장하는 짧고 탄탄한 챙을 지닌 클래식 튀튀, ‘지젤’에서처럼 긴 레이스를 늘어뜨린 로맨틱 튀튀가 있다.

무용수에 붙는 호칭도 알아두면 좋다. 엄밀히 말해 우리가 흔히 쓰는 발레리나는 여성 무용수를 통칭하는 표현이 아니다. 원래 ‘발레리나’는 여성 무용가 중 실력과 예술성이 뛰어난 이들에게만 붙이는 최고의 존칭이다. 반대로 최고 남성 무용가는 ‘발레리노’라는 호칭을 붙인다.

바로 아래 단계에는 ‘수석 무용수’,그 밑에는 독무를 출 수 있는 무용수 ‘솔리스트’가 있다. 솔리스트 아래에는 ‘드미 솔리스트’와 ‘코리페’가 있고, 그 아래 군무를 추는 ‘코르 드 발레’가 위치한다.

발레의 기교도 알아두자. 극 중 최고 기량의 무용수가 32바퀴를 회전하는 장면을 ‘푸에테’라고 부른다. ‘돈키호테’ 3막, ‘백조의 호수’ 3막 등에서 이 같은 묘기(?)를 볼 수 있다.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로 ‘아리아’가 있다면 발레에는 ‘파드되’라는 화려한 2인무가 등장한다. ‘그랑 파드되’는 남녀 주역 무용가들이 화려한 발레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이다.

▶음악, 영상 미리 들어보기=배경 음악과 영상을 미리 듣거나 감상하는 것도 발레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다. ‘백조의 호수’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이 바탕이며, 지젤은 아돌프 아당의 음악이 기반이다. 오는 14일 공연되는 서울발레시어터의 ‘라이프 이즈(Life is...)’도 모차르트 피아졸라 바흐 라벨 등의 음악을 버무린다.

각각 발레단별로 작품 해석이 다른 만큼, 다양한 작품을 영상으로 보는 것도 좋다. 보통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버전, UBC는 키로프 버전이다.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해피엔딩이고, UBC는 비극이다. ‘지젤’도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 버전, UBC는 러시아 키로프 버전이다. 러시아 버전은 상대적으로 화려한 기교를 중시하고, 프랑스 버전은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이 중시된다.

▶이것도 발레다!…숨은 볼거리 찾기=머릿속 선입견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 클래식 발레만 발레는 아니다.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작품도 있다. 최근에는 현대적 감각에 맞춘 다양한 작품이 발레를 기반으로 창조된다.

오는 21, 22일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구로동 백조’는 사회풍자적인 발레 작품이다. 구로동에 사는 27세의 ‘백조’를 소재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발레로 녹여냈다. 발레라는 장르와 이 시대 청년실업을 얘기하는 현실 소재의 결합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백조의 호수’와 같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하지만 왕자와 공주 대신, 삶의 무게를 짋어진 방황하는 청년 실업자들을 대입했다.

축제 말미인 27, 28일 열리는 백영태의 ‘Flow…ing’은 30분 분량의 짧은 작품이지만 국내 최고의 무용수들이 총출동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는 16일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광주시립무용단의 창작발레 ‘명성황후’는 명성황후의 스토리에 한국음악과 발레를 접목해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6월 12~28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02)587-6181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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