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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씨 첫 전작장편‘낯익은 세상’출간
[리장=이윤미 기자] “이맘때의 내 문학은 치열한 전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쓸어버린 뒤의 폐허에 남아 있는 연민을 위한 것이 되리라.”
칠순을 앞둔 소설가 황석영(68·사진) 씨가 생애 최초 전작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문학동네)을 내며, 중국 리장에서 1일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이번 소설은 ‘만년문학’의 문턱을 넘는 첫 번째 작품”이라고 말했다. 1962년 ‘입석 부근’으로 문단에 나온 지 햇수로 50년이다.
‘낯익은 세상’의 주 무대인 꽃섬은 쓰레기장이다. 사람들이 쓰고 버리는 모든 물건이 흉물스럽게 산처럼 쌓인 그곳에서 그나마 다시 쓸 만한 것들을 그러모아 생계를 유지하는, 세상에서 밀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열네 살 소년 딱부리에게 꽃섬은 세상 끝, 빈곤과 악취 나는 끔찍한 공간이지만 보통 동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경이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비밀 공간인 ‘본부’와 정신이 온전치는 않지만 버려진 개들을 돌보는 빼빼네 엄마 집, 과거 농사짓던 풍요로운 꽃섬에 살던 김 서방네 정령들을 만나며 딱부리는 황폐함에 빠지지 않는다. 2000여 마을이 화재로 잿더미로 변하고 동생 땜통이 독가스에 질식해 죽은 폐허 속에서 딱부리는 깨닫는다. 오물과 쓰레기장과 버려진 물건들과 먼지와 썩는 냄새, 독극물까지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사람 모두가 지어냈다는 걸.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들판의 타버린 잿더미를 뚫고 온갖 꽃이 솟아나 바람에 한들거리고 나뭇가지 위에도 새싹이 돋아날 것임을 믿는다. 황 씨는 지난해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를 물색하다 700년 전 중국 한 부족 마을 윈난 성의 리장을 찾아냈다고 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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