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족 유목민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몽골족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 대응이 더해지면서 지난 2009년 7월 발생했던 신장(新疆)위구르 유혈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밍바오에 따르면 몽골 영웅기념일인 30일 네이멍구 주도 후허하오터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현지 군과 경찰이 하루 전부터 정부청사와 주요 도로 및 대학 주변을 원천 봉쇄해 대규모 시위는 일단 차단됐다 .
그러나 미국에서 발행되는 인터넷신문인 둬웨이왕은 이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10명에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상자에 대해서는 아직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정부는 군경을 대거 배치해 시위대 봉쇄에 나서는 한편, 광산기업의 생산관리를 강화하고 중ㆍ고교 학비 면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당근책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네이멍구, 제2의 신장 될수도’ 라는 제목의 뒈웨이왕 사설은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 서기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모른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의 당근책으로는 몽골족의 근본적인 불만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네이멍구자치구는 2002~2009년 경제성장률이 8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총생산(GDP) 1조위안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멍구의 눈부신 경제 성장 뒤에는 석탄이 있다.
네이멍구의 석탄 채광이 급증하면서 중국의 최대 석탄산지인 산시(山西)성보다 더 많은 석탄이 생산됐다. 크고 작은 탄광업체가 속속 입주하며 현지 정부의 재정수입이 늘고 국내총생산(GDP)도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와 기업의 배만 불렸을 뿐 서민들은 광산의 일꾼으로 전락하면서 삶이 더 피폐해져갔다. 특히 유목민들은 삶의 터전이자 생계의 기초가 되는 초원을 상실하면서 사회 최빈층으로 전락했다. 현재 네이멍구 유목민의 60%가 초원을 잃었으며 이는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는 티베트ㆍ신장위구르와의 공통점이라고 사설은 지적했다.
때문에 이번 네이멍구 사태의 진짜 원인은 유목민의 죽음이 아니라 빈부격차와 생태환경 파괴로 빚어진 종족갈등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네이멍구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사태가 심화돼 신장 티베트에 이어 하나의 중국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이번 소요사태를 유혈진압하게 되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둬웨이왕은 중국 정부가 이번 시위의 배후에 외부 적대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장위구르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해외에 망명한 반정부 세력이 시위대를 조종하고 있다는 것.
신장위구르족이나 티베트족과는 달리 그동안 몽골족 독립주의자들은 존재 여부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해외에 있는 중국대사관에서 항의시위를 하며 끝까지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몽골족 반정부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또 인터넷에서는 몽골 울란바토르 정부가 네이멍구 몽골족의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는 설도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은 30일 사회관리 강화 방침을 논의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은 사회의 활력을 배가시키고, 부조화를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