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英 관계는 특별…카다피 즉각 퇴진”
오바마·캐머런 정상회담·공동기자회견
큰 정책적 발표는 없었다. 그러나 밋밋하지도 않았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영국 두 나라 정상은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또 중동 민주화 사태 등에서 긴밀히 공조해온 두 나라는 카다피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오바마 “꾸준히 작전 전개”…캐머런 “모든 수단 동원 압박”

중동사태·對테러전쟁·세계 경제 등 폭넓게 의견 교환


▶美ㆍ英관계,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는 양국 관계에 대해 ‘특별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양국은 안보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essential) 협력 관계”라고 밝혔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영ㆍ미 관계는 단순한 우호적인 감정과 일반적인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기보다는 이상과 가치를 공유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며 특별하면서도 필수적인 양국 관계를 설명했다.

그러나 두 정상의 관계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관계와 비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 지도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다양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미국과 영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전쟁을 함께 치르며 그 어느 때보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바 있다.

카다피 정권 즉각 퇴진하라=BBC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는 총리실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휩쓸고 있는 ‘아랍의 봄’ 지지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26일 프랑스 도빌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민주화 지지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상전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카다피 정권에 대해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친카다피 세력과 반카다피 세력이 두 달 넘게 치열한 전투를 치러오고 있는 상황에서 카다피가 권좌에 남아있으면 리비아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를 막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카다피와 카다피 정권은 우리의 공세가 완화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리비아에서의 연합군 작전이 “느리지만 꾸준히(Slow and Steady)” 전개될 것이라면서 국민에게 인내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또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이 유엔총회에서 국가수립 승인을 요청하는 것은 실수”라고 비난했다.

두 정상은 앞서 90분간의 회담에서 리비아 사태를 비롯해 시리아, 예멘 등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태, 대테러 전쟁, 세계 경제 등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ㆍ유럽 리더십 끝나지 않았다=합동 기자회견 뒤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의사당이 있는 웨스트민스터홀에서 35분간 상ㆍ하 양원 의원들이 합동으로 참석한 가운데 미국의 외교정책 등을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 초강대국의 등장을 인정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국가들이 나타나고 개인들이 번영할 수 있는 세계의 틀을 만든 것은 바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우리의 동맹국들”이라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세계무대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지도력은 경제와 안보, 더 많은 도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서 미국과 유럽국의 위상이 추락한 반면 급격히 부상한 인도 중국 등 신흥경제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오랜 전통을 지닌 영국의 상ㆍ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이라는 점에서 유럽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한 취지의 의례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