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젊고 활발한 땅,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지반의 융기, 화산 폭발과 같은 여러 차례의 자연현상으로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땅에 속한다. 지각판 경계에 놓여 있는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화산 폭발, 지진 및 쓰나미 등의 지질 운동이 활발하다. 특히 뉴질랜드 제1의 도시인 오클랜드는 대화산대 위에 있다. 특히 지진의 경우, 한 해 만 오천 건에 달하는 지진이 해마다 뉴질랜드에서 감지되고 있고, 이 중 100건에서 150건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지진이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과 그 후
이렇게 지진의 발생빈도가 잦은 뉴질랜드의 오랜 지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1931년 네이피어 지진을 제외한 지진의 인적 피해규모는 상대적으로 큰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2월 말,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진도 6.3의 지진은 한국인 남매를 비롯한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뉴질랜드 정부조차 자국 경제를 지탱하는 교육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의 노력 및 복구 작업의 진척으로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의 97%가 넘는 어학원이 다시 문을 열었고, 도시를 떠났던 시민과 학생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엄격한 건축기준, 철저한 대비와 보상
자연재해가 생활의 일부인 만큼 뉴질랜드는 ‘대비와 보상’이 철저한 국가 중 하나다. 엄격한 건축 기준으로 1975년 이후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철저한 내진 설계가 이루어졌다. 오래된 가옥도 이미 그 상당수는 더 높은 건축 기준을 만족하도록 개축되었다. 오클랜드에 소재한 타운홀, 시빅센터, 전쟁기념박물관과 윗콜스 같은 역사적인 건물에도 내진 강화 보수작업이 완료된 상황이다. 각 교육기관들은 지진이 발생했을 시, 지역방위대(local Civil Defence), 비상사태관리그룹(Emergency Management Group)의 주도 하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는 이민, 관광, 교육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이들을 위한 재해 보상 시스템도 잘 갖추어진 상태다.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는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피해를 받은 외국인들에 대해서 ‘민방위 지불금’이라는 일회성 지원금을, 사고보상공사(ACC;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방문 목적에 관계없이 재해로 부상을 입은 경우 의료적 보상을 제공한다. 소수민족사무처(Office of Ethnic Affairs)를 통한다면 언어에 관계없이 재해로 인한 상담을 보다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랭귀지라인(통역서비스)을 이용할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발생 후에는 유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전화상담창구, 크라이스처치에서 타 도시로 이동해오는 유학생들의 정착을 위한 상담창구도 운영된 바 있다.
자연재해는 사전에 정확히
예측ㆍ예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사후처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뉴질랜드는 오랜 지진과의 싸움이 도리어 지진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면역력’을 높인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진이라면 이제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뉴질랜드의 경우를 ‘타산지석’ 삼아 빈틈없는 대비와 보상체계는 물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