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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탈린, 美 극비문서 보고 北 남침 승인
소련의 스탈린이 입장을 바꾸어 북한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승인한 데에는 한반도를 미국의 극동지역 방어선에서 제외한 트루먼 행정부의 극비문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자신의 새 저서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키신저 전 장관의 지적은 ‘미국이 극동지역 방어선에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고 알류산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한다’는 이른바 애치슨라인이 한국전쟁 발발의 원인이 됐다는 학계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정리해 17일 발간한 자신의 저서 ‘중국에 관해’(On China)를 통해 한국전쟁을 전후한 동북아 정세와 소련과 중국의 외교관계, 미국의 대(對) 아시아 정책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키신저는 저서에서 스탈린이 1949년말까지만 해도 북한의 남침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미국이 극동지역 방어선에 한반도를 제외한 것으로 드러나자 북한이 남침하더라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입장을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저서는 미국이 남한 철수를 시작한 이후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에 대해 남침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스탈린과 마오쩌둥 모두 이에 반대했다며, 1949년 12월 스탈린과 마오가 모스크바 회담를 갖는 자리에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 회담에서 마오는 북한의 남침계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스탈린의 질문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점령하는 중국내전이 완료될 때까지 북한의 남침은 연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고 저서는 소개했다.

키신저는 “하지만 (극동지역 군사 개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모호했기 때문에 김일성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미국의 방침이 바뀌기 전에 남한을 먼저 침공하려 애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탈린은 1950년 4월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 때 입장을 전격적으로 바꿔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했다. 나아가 스탈린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는데 이는 미국 비밀 외교문서의 영향이었다는 분석이다.

키신저는 “스탈린 동지는 ‘김일성에게 국제정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침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아시아의 공산권에 도전하는 것을 더욱 주저할 것이다. 미국의 정보에 따르면 분명하다. 지배적인 분위기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는 소련이 원자탄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강화되고 있다’고 언명했다”고 기록된 소련 외교문서를 소개했다.

키신저는 “최근 획득한 외교문서는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당시 스파이망을 통해 NSC 48/2 문서를 입수해 볼 수 있었던 것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키신저는 “이 문서는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 외곽에 두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었고, 특히 이 문서가 극비문서로 취급됐기 때문에 소련의 정보분석가들은 아주 신뢰할만한 정보로 간주했다”고 진단했다.

키신저는 스탈린이 남침에 대한 방침을 변경한 또 다른 이유로 중-소 우호동맹 조약을 체결하는 양국 협상과정에서 중국이 소련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이고 항구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중국에 대한 환상이 깨진데서 비롯된 고도의 전략적 계산도 개재됐다고 분석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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