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는 ‘공주’·‘스폰지밥’
한국꿈나무 너도나도 ‘연예인’
대통령·판사·군인은 옛말
日 여아 14년 한결같이 맛집 동경
남자 어린이는 축구선수
中 초등생 21% “최고경영자”
유교문화 영향 어린이도 현실적
꿈은 어린이들의 특권이다. 돈이 많든 적든, 나라가 어디든 그들은 꿈을 꾼다. 하지만 나라마다 어린이들의 꿈은 다르다. 스파이더맨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꿈 같은 꿈’을 꾸는 어린이들이 있다. 지구 반대편에선 식당주인이 돼 맛난 음식을 대접하는 ‘현실적인 꿈’을 꾸는 어린이도 있다. 식당주인이 꿈인 어린이들의 옆 나라는 소녀시대처럼 연예인이 돼 즐거움을 주는 꿈을 꾸고 있다.
▶음식점 주인이거나 스파이더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질 법도 하지만 일본 여자어린이의 희망은 14년간 한결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음식점 주인’. 일본 제일생명보험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전국 초등학생 및 보육ㆍ유치원생 14만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장래희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자어린이는 음식점 주인, 남자어린이는 축구선수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어린이들은 정말 꿈을 꾼다. 미국 어린이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직업인 ‘슈퍼히어로’가 꿈이다. 특히 미취학 남자아이(만 5세) 사이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여자아이는 ‘공주’와 만화 캐릭터 ‘스폰지밥’이 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 어린이들은 예상한 대로 연예인이 꿈이다. 전문 학습사이트 에듀모아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19.7%(188명)가 연예인이라고 답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멋져 보여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국 어린이들의 꿈은 현실적이다. 베이징청소년연구소가 초등학생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가 “어른이 되면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고 응답했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에서는 변호사, 의사, 선생님 등 고전적인 직업이 강세를 보였다.
유홍준 성균관대(사회학과) 교수는 “어린이의 장래희망이 그 나라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실질적 척도로는 볼 수 없지만 부모, 교사, 미디어 등을 통해 걸러진 사회화 내용으로는 볼 수 있다”며 “최근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과거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식당주인처럼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말하는 일본 어린이들에 대해 유 교수는 “일본 아이들은 예전부터 장래희망을 말할 때 미용사, 동물조련사 등 기능을 앞세워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며 “이는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거나 직업교육이 우리나라보다 많이 이뤄져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슈퍼히어로를 꼽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늘 강조되는 데다 어릴 적부터 히어로물을 많이 접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돈보다는 순수성=어린이들이 꿈꾸는 직업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순수성과 상상력이 현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포브스는 “아이들이 장래희망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수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아이들은 소방관이나 댄서가 우주비행사나 의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소방관과 경찰관의 연소득은 각각 4만4130달러, 5만670달러에 그쳐 우주비행사(10만737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싱가포르 어린이(7~14세) 역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은 직업이 좋다는 응답이 93%에 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