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슬람 과격단체 ‘피의 聖戰’ 경고
이슬람권 반응은

중동 반미시위는 아직 없어

이라크 침공때와는 대조적

“알카에다 입지 줄었다”

對아프간 전쟁은

탈레반 확고한 입지 구축

美, 주요거점도 확보못해

철군 계기되진 못할듯

중동 민주화 파장은

‘친서방’ 살레 예멘 대통령

테러 핑계로 진압수위 높일땐

반정부시위대 위기 몰릴수도


미국이 추적 10년 만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면서 역사적인 9ㆍ11테러의 응징을 마무리했지만 파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알카에다 조직의 피의 복수와 이슬람 과격 단체들의 분노와 광란이 우려되고 있어 서방 국가들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도 테러 경계로 비상 대응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빈 라덴의 추모 열기에 따라 알카에다의 총반격, 이슬람 과격 단체의 발호, 반미감정 증폭으로 이어질지 오바마 행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 전황과 중동 민주화 시위 등 이슬람권의 정치 사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미 역풍 예상보다 작아=일요일 저녁의 피살 뉴스에 워싱턴과 뉴욕 시민은 환호했지만 중동에서는 피의 보복을 다짐하는 반미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벌어진 중동 각국의 반미 시위에 비하면 무슬림들의 반발은 뉴스의 임팩트에 비해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반미감정을 불러 일으켰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물러났고 중동의 시민 혁명을 지지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확고하기 때문에 빈 라덴 사살이 앞으로 반미 감정을 증폭시킬 것이란 우려는 우려 수준에서 그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중동 문제 전문가인 에밀리 호케엠은 “빈 라덴을 중동 사람들의 영웅으로 만든 것은 분노였다. 하지만 빈 라덴의 폭력적으로 타도하려 했던 정권들이 비폭력적인 시민 혁명으로 무너지면서 알카에다의 입지는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빈 라덴 사망으로 알카에다 보복 테러 우려는 커졌지만 향후 중동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알카에다 운명은=빈 라덴의 피살이 당장 알카에다에 가져올 파장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전문가들조차 이견이 분분하다.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단기적으로는 알카에다가 보복 테러에 혈안이되면서 모든 조직이 전면에서 가동되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빈 라덴만한 천문학적인 자금력과 사우디 명문가 출신의 배경을 가진 엘리트 조직원이 신규 영입될 상황이 아닌 데다가 그동안 알카에다는 막상 빈 라덴 휘하의 조직원은 약 200여명으로 줄어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반정부 전쟁에서도 탈레반 반군에 세력이 밀리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사망이 알카에다 조직에 기사회생의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제임스 린지 부회장은 ‘빈 라덴 사망 이후 남은 7가지 의문’이란 제하의 칼럼에서 알카에다 조직이 이미 오래전 중앙집권적인 조직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에 조직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최고인물’이었던 빈 라덴은 오히려 죽은 이후 이른바 성전주의자에게 영향력을 더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황=오바마 대통령은 빈 라덴 사살이 9ㆍ11테러 사건의 종결로 보고싶겠지만 빈 라덴의 죽음이 미군의 아프간 철군의 발판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빈 라덴 사망으로 남은 알카에다 요원들의 죽음을 불사한 마지막 항전으로 미군 사망자가 늘어나면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인 부담이 된다. 아프간 반군 세력의 주축인 탈레반은 빈 라덴의 죽음과 상관없이 아프간 산악 부족들 사이에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미군은 최첨단 무기로도 아직도 주요 거점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중동 민주화 시위 파장=빈 라덴의 피살이 중동의 시위사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극단적 이슬람주의와 반미 깃발을 내건 빈 라덴은 테러를 통한 서방 붕괴를 꾀했지만 지금의 중동 시위대는 반미주의나 이슬람 원리주의 회귀를 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멘에서는 빈 라덴의 죽음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알카에다 세력 억제를 위한 서방의 대테러리즘에 적극 협조해 왔다는 점 때문에 서방의 암묵적인 비호를 받아온 살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에 따라 서방에 대한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구실로 시위 진압을 기도할 수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근동ㆍ걸프 군사 분석연구소’의 시어도어 카라시크는 “빈 라덴 사망과 관련, 예멘 내 알카에다 세력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살레는 이런 상황을 정권 유지를 위한 당위성을 마련하는 데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