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이자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사망과 관련해 음모론이 계속되고 있다.
2일 미국 MSNBC방송은 10년 간 추적해 온 국제적 테러리스트의 시신을 사진이나 어떤 증거 자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수장했다는 발표는 의혹을 일으킬 만하다며, 빈 라덴이 실제로 죽었는지 혹은 그가 오래 전에 죽은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한 의문이 음모론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9.11테러의 배후가 미국 정부라고 주장하는 라디오 진행자 앨릭스 존스는 미국 정부가 빈 라덴을 수년 간 냉동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전 운동가 신디 시핸은 이번 발표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페이스북에 ‘오사마 빈 라덴은 죽지 않았다’(Osama bin Laden NOT DEAD)라는 단체가 생겨나 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빈 라덴의 사망 사실을 발표한 시점과 관련해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의 퍼트리샤 터너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음모론은 오바마가 자신의 출생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응징하기 위해 발표 시점을 트럼프의 리얼리티 쇼가 방송되는 일요일 저녁에 맞췄다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선 캠페인을 앞두고 오바마가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행동 시점을 맞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테러와의 전쟁에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빈 라덴을 사살하거나 사살 시점을 맞췄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있다고 뉴저지 세인트 피터스 칼리지의 바르나 도너번 교수는 지적했다.
아랍권에서는 빈 라덴의 사망을 두고 익명의 소식통의 발언만 보도될 뿐, 당국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망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을 부추기고 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이집트의 실업자 알리 후세인(24)은 “나는 그가 죽었다고 믿지 않는다”며 미국의 발표는 리비아의 반정부 운동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다고 주장하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이집트의 학생 노르한 셰리프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빈 라덴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며 “나는 미국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바마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미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이 사살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그의 사망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보타바드의 패스트푸드 점에서 일하는 해리스 라시드(22)는 “빈 라덴이 여기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무도 몰랐을 수가 있으며, 그들은 왜 그렇게 빨리 그를 수장했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모두 날조된 드라마”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언론에 공개됐던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이 가짜라는 것도 음모론에 힘을 싣고 있다며, 미군 공습 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의 새 테이프가 공개되면 그가 살아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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