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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을 찬다’ 구로구 노숙인축구단 창단
“희망의 슛을 쏴라!”

구로구가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노숙인축구단을 창단한다.

구로구는 21일 노숙인들이 축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조직유대감을 강화하며, 자활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숙인축구단인 구로디딤돌축구단을 만든다고 밝혔다.

반복된 음주, 건강 악화, 고립된 생활, 자존감 상실, 취업 실패 등 노숙생활의 악순환을 ‘축구’의 장점을 통해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 노숙인축구단의 창단배경이다.

‘소통 배려 화합으로 함께 여는 새 구로시대’를 구정슬로건으로 정한 이성 구청장이 지난해 7월 취임 후 ‘단속보다 축구단을 만드는 것이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 더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 창단작업의 출발점이다.

구로구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2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창단작업에 나섰다.

올해 2, 3월 관내 노숙인 밀집지역을 위주로 축구단 모집활동을 펼쳤고 4월 초 현재 총 33명이 참여했다.

디딤돌축구단에는 현 노숙인뿐만 아니라 노숙인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해보자모임’ 회원을 비롯 공공근로 등으로 자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회원들도 참여했다.

노숙생활을 벗어난 택시기사 김모씨(52)는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 디딤돌축구단에 참여했다. 그는 “처음 노숙생활을 시작할 때는 앞날이 막막해 술만 마시고, 무기력증에 빠지기 일쑤였다”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축구단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 헤어지고 일자리도 잃으면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던 김씨는 현재 서울시의 도움으로 노숙인 자활의 집에서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구로디딤돌축구단 창단식은 26일 오전 고척동 계남근린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린다.

창단식의 하이라이트는 설운도, 한태일씨 등 연예인들로 구성된 독수리연예인 축구단과의 친선경기다. 독수리연예인 축구단은 디딤돌축구단의 창단소식을 듣고 창단경기 파트너로 흔쾌히 응했다.

MBC 개그맨으로 활동 중인 김광회씨는 디딤돌축구단의 감독을 맡아 노숙인들의 지도를 맡아주기로 했다. 김씨는 창단행사로 열리는 경기의 장외 해설자로도 나선다.

구로구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씩 진행되는 자체 연습 및 친선경기를 위해 축구장 섭외, 축구장비 구입, 세탁비 등을 지원해준다.

디딤돌축구단 회원들을 위한 취업교육, 건강검진 등 각종 사업도 실시한다. 자활사업센터에 의뢰해 취업알선도 해준다.

고모씨(46) 등 3명은 노숙인축구단에 가입하며 벌써 일자리도 얻었다. 구로구가 구로리어린이공원의 노숙인 관리를 위한 공공근로에 이들 3명을 채용한 것.

구로구 관계자는 “일을 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고 노숙인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 노숙인 관리자로 이들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진용 기자 @jycafe>이진용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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