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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스트, ‘학점 부풀려라’ 공문 파문
최근 잇따른 학생 자살로 지나친 학내 경쟁이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신입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학점 부풀리기’를 일선 강사들에게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본지 자매지 코리아헤럴드는 지난해 5월 카이스트 교무처장이 강사들에게 신입생들의 학점 평균을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신문이 입수한 내부 공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광형 교수는 미적분학, 일반 생물학, 프로그래밍 개론 등의 과목 평점을 각각 2.53, 2.95, 2.96에서 2010년 봄학기에 3.2에서 3.3사이로 높여줄 것으로 요청했다.

2007년 서남표 총장이 취임하면서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평점 3.0 이하는 수업료 일부를 지불해야 하는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평점 상향 조정은 학생들 등록금 면제와 연결된 문제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교수는 쪽지를 통해 2009년 봄 학기 필수 과목들의 평점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으며, “어렵고 낯선 상황에 처해있는 많은 신입생들은 낮은 성적을 받으면 절망을 하며, 자신의 진로 선택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학생들이 아직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에게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며 카이스트 진학을 권유하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하면서, 평점 평균을 올리는 방법이 학생들의 짐을 덜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학점 부풀리기’가 얼마나 실행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해당 내부공문을 코리아헤럴드에 제보한 교수는 비록 그 지침을 완벽히 따르지는 못했어도, 성적을 부여할 때 조금 더 관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본인은 쪽지 내용을 이행하였다고 말하면서, 다른 교수들도 따른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광형 교수는 쪽지에 대한 내용이나, 현재 카이스트의 상황 등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절했다.

이 내부공문을 제보한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수 년간 강의를 해왔다.

그는 “교무처장이 이러한 쪽지를 발송했음에도, 학교가 무조건 경쟁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교가 극단적인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는 보도들은 지나치게 과장이 됐으며, 본인이 강의하는 수업에서 극히 소수의 학생들만 학업 성취도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또한 “강의할 때 보면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페이스 북 등을 하는 모습을 볼 수 가 있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에 대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맞지만,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많은 학생들의 출석률이 낮고, 지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의무 출석이 없는 수업일 경우, 학기가 끝날 때까지 약 15-30%의 학생들 만이 제시간에 오고, 단 50%만이 수업에 참여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교수은 또 약 5건의 자살이 발생한 현 상황에서, 서 총장을 향한 비난 역시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간에 여러 건의 자살이 발생하였다고 해서 같은 이유가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논리적 결함이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제도를 탓하는 것도 오류”라고 말했다.

그는 타 대학교나 일반적인 청년층의 자살률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였다고 밝히면서 카이스트가 꼭 이례적인 것 만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카이스트일 경우 전교생이 8000명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연간 2.5건의 자살은 국가 평균 수준이라고 분석을 한 바 있다.

카이스트는 올 들어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교수도 자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과 사회단체들은 서 총장의 경쟁 일변도 정책으로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서 총장의 사퇴와 ‘서남표식 개혁’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향후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점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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