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좋을 때 자살률이 높다는 게 사실로 입증됐다.특히 노동인구의 자살률이 경기변동에 민감, 경기와 자살률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1928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경기변동과 자살률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불황기에 자살률이 증가하며 특히 노동인구(25~64)의 자살률이 경기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이 기간중 자살률은 조사 시작 시점인 1928년 10만명 당 18명에서 2007년엔 11.2명으로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자살률은 경기사이클에 따라 급속한 변화를 나타냈다. 특히 심각한 불황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자살률은 크게 증가했다. 자살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기간은 대공황기(1929~1933년)로 10만명 당 18.0명에서 22.1명까지 높아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뉴딜정책 종료기(1937~1938년), 석유파동기(1973~1975년), 더블딥 불황기(1980~1982년) 등 조사기간 전체 13번의 불황기 중 자살률 증가가 나타난 기간은 11번이었다. 반면 고성장ㆍ저실업으로 경제호황을 누렸던 2차 세계대전기(1939~1945년)엔 자살률이 10만명 당 16.8명에서 11.2명으로 감소했고 최장기 호황이 이어졌던 장기호황기(1991~2001년)엔 10.4명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노동인구(25~64)의 자살률은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체 13번의 불황기 중 45~54세 인구는 11번의 자살률 증가를 나타낸 반면 75세 이상 인구는 총 5번의 자살률 증가를 나타냈다. 또 총 13번의 호황기 중 노동인구는 9~10번 자살률 감소를 나타냈으나 75세 이상 인구는 5회 감소를 나타내 노동인구가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CDC는 이번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이번 결과는 특히 불황기에 인구수준에 따른 자살방지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면서 “정책 전문가들과 보건인력들은 불황이 시작됐을 때 자살방지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미국 자살률에 미치는 경기사이클의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이날 미국공공보건저널(AJPH) 온라인판에 실렸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