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R&D 성공기업 ‘열린 DNA’ 있다
KEIT 선정 연구개발 모범사례 들여다보니…
대웅, 항암 유전자치료제 특화

CEO 강력 리더십·의지 반영


덕산하이메탈, 팀간 화합 중시

반도체 납땜재료 국산화 개가


獨·日 전문가 찾아 기초지식 습득

LG이노텍 전자인쇄 신기술 개발


일반적으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성공하려면 기술력과 시장예측력이 절대 관건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자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중견기업들에는 이것 말고도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경영자의 리더십, 그리고 연구자들간의 팀워크와 발품이 R&D사업 성공의 또다른 핵심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대웅은 최고경영자(이종욱 대표)의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항암제 전문조직을 별도로 운영한 끝에 이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산학연관의 개방적인 연구개발 네트워크(Connect & Development)를 구축,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항암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특화된 암 전문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제약회사 연구원은 물론 식약청, 병원, 학계 등과 연계해 개발을 진행해 왔다. 현재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임상 결과 투약받은 암환자의 종양 크기가 7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2014년에 신약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덕산하이메탈은 반도체 납땜의 필수재료인 차세대 ‘패키지용 미세 금속분말 제조기술’을 2008년에 확보, 8㎛ 크기의 솔더볼을 생산하고 있다. 솔더볼은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이전까지 100% 일본 등에서 수입해다 썼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금 국내 1위, 세계시장 2위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일본조차도 자국산보다 낫다며 수출을 요청하고 있다.

이 기술 개발에는 ‘팀워크’가 결정적이었다. R&D 과정에서 연구개발팀장인 임원이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직접 연구실 청소까지 전담하며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고 연관 팀 간 화합을 독려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10㎛급 전자인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유영선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회사 연구원들은 2008년부터 독일과 일본을 가리지 않고 숨은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고 기초지식을 습득했다. R&D에는 머리만 필요한 게 아니라 ‘발품’도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좋은 사례다.

전자인쇄란 전자부품을 만들 때 인쇄기술을 활용해 회로 및 구조물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9개의 공정을 1개로 줄이며 10㎛급 라인해상도를 달성했다. 유럽에서도 30㎛급 전자인쇄기술이 개발됐으나 대량 생산에는 부적합한 형태였다. LG이노텍은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고기능성 터치스크린 분야 세계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KEIT는 이런 정부 R&D사업 예산을 지원받아 기술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뽑아 ‘미래를 밝히는 기술-지식경제 R&D 우수ㆍ실패사례 50선’을 최근 소개했다. ▷레저용 요트 개발 ▷산업용 대용량 니켈ㆍ아연 2차전지 개발 ▷휴대형 연료유 검사기술 등은 역량부족으로 남의 기술을 도용하거나 불성실한 연구 태도로 중단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선정했다.

KEIT 관계자는 “아무리 기술성이나 시장성이 좋은 R&D 과제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자나 팀장의 강력한 리더십이나 배려, 연구자 간 협동 등은 R&D 역량을 크게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