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여아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 여아의 진술이 일관되지만 계절 등 구체적 상황이 실제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안모 씨는 고용인의 딸 A(당시 9세) 양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에서 안씨는 2009년 가을 오후 5시 30분께 유치원에 간 동생을 기다리는 A양에게 ‘추우니 들어오라’고 말해 경비실로 불러 무릎에 앉히고 몸을 만져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양이 추행 당시 상황, 안씨에게 들은 말, 추행 당한 뒤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을 들어 유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A양이 조사받을 때 동석한 아동행동진술분석가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한 보고서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A양은 진술녹화에서 “2009년 겨울 시작할 때쯤, 쌀쌀하고 보일러 틀 때, 한겨울은 아니었는데. 학교갔다온 날, 학원갔다와서 동생 데리러 갈 때, 저녁 5시30분 정도요”라고 말했다.
A양은 또 “할아버지가 춥다고 들어오라고 했어요. 그 일 있고 나서 1주일 뒤 겨울에 친구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갈 때 할아버지가 친구에게 인사하기에 ‘저 아저씨성폭행했다. 쌀쌀맞게 굴라’고 말했어요”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안씨는 경찰 조사 때부터 법정에서까지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법원은 안씨의 호소에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종호)는 피해자 진술과 당시 상황을 따져 A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씨는 2009년 10월초 해고 통보를 받고 나흘 뒤까지만 근무했기 때문에 A양을 추행했다고 볼 수 있는 시기는 같은 해 9월께로 좁혀지고 당시 최고 기온이 21~29도여서 오후 5시30분에도 덥다고 느낄 정도라는 게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였다.
재판부는 또 A양이 ‘(성추행 이후) 할아버지가 다음에도 계속 불렀다. 겨울 끝날…계속 추울 때까지. 저는 또 성폭행 당할까봐 거절했어요’라고 진술했는데 이는 재작년 10월 초까지만 근무한 사실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비실이 건물 밖에 있고 사건이 발생한 오후 5시30분은 일몰 전이라 외부에서 창문으로 경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점, 건물 2~4층이 학원이라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든 점도 안씨에게 유리한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술녹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기억력과 표현력에 한계가 있다고 해도 해당 일시에 추행당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 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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