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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잔인한 4월...두렵다”
이익공유제 계획대로 추진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제재등

정부 동반성장문화 확산주력

성장동력창출 활동위축 우려

재계 “또 길들이기” 불만도

“반(反)기업 정서가 다시 살아나 기업 경영을 옥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전경련 관계자) T.S. 엘리엇이 말한 ‘4월은 잔인한 달’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중동 사태와 일본 대지진 여파에 따른 글로벌시장 위축이라는 대외적 변수 외에도 동반성장과 이익공유제 등 민감한 내부 변수들이 기업을 옥죄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정사회에 이어 대기업의 계열사 몰아주기에 철퇴를 가하며 ‘공평과세’를 구현하겠다고 나섰다. 자칫 기업을 보는 국민의 눈이 의혹의 시선으로 바뀌고 반기업정서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등의 1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준법지원인 의무화가 청와대 제동으로 주춤하고 있는 것에 재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일단 공정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달 말까지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56개 대기업의 협약체결을 마무리하겠다고 서두르는 것은 부담이다. 동반성장에 관한 한 선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는 재계에 ‘더 통큰 상생’을 요구하고 있는 정부 흐름은 아무래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규모를 매출액의 0.8% 정도로 규정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동반성장지수 만점을 받기 위해 규정대로 한다면 상당수 기업은 거둬들인 이익을 토해낼 수밖에 없다”며 “이 조항을 없애든지 아니면 대폭 완화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버거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번복하면서 “이익공유제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내용은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향후 재계와의 날카로운 대립각을 예고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재계를 대변해 반대 의사를 내놨지만, 정 위원장 말을 비춰보면 향후 적극적이고 파상적인 이익공유제 강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에 있을 수 없는 개념”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있다.

정부의 공정사회 2탄격인 ‘몰아주기 철퇴’는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과거 바람직하지 않았던 경영문화의 ‘잔재’를 투명경영과 나눔경영에 헌신하면서 환골탈태했다고 자부하는 현재까지도 연결시키면 국민들의 반기업정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 일각에선 “정부의 ‘재계 길들이기’가 다시 시작됐다”며 볼멘소리를 서슴지 않고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인철 기획홍보본부장은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와 변칙 상속 등은 ‘과거의 일’”이라며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과세 정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명경영이 대세인 상황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은 거의 사라졌는데도 ‘과거의 시각’으로 재단해 기업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일본 대지진 여파에 따라 환율이 요동치면서 고도의 경영시나리오를 요구하는 상황과 맞물려 흔들리지 않고 신성장동력 창출에 매진해야 하는 것도 재계로선 만만찮은 과제다. 재계가 각종 변수가 도사린 ‘시련의 4월’을 무사히 넘기고 미래경영을 치달을 수 있을지 여러모로 주목된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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