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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부 4년 공부로…6개국어 능통…기적이 아닙니다”
취업 핵심경쟁력 외국어…LG CNS 박연옥씨의 놀라운 비법
언어, 학습대상 아닌 콘텐츠로 인식

프랑스어는 요리·이탈리아어는 영화로

교환학생·세미나 등 활용 적극적 기회 도전

영어·일어로 논문 쓸 수준까지



외국어는 누구에게나 넘어야 할 숙제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취업준비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외국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능숙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넘어 한숨을 내쉬게 되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봄 직한 일이다.

박연옥 LG CNS 책임 컨설턴트는 사내에서 ‘외국어의 달인’으로 불린다. 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어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놀랄 정도다. 특히 영어와 일본어는 논문 작성까지 가능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자연스레 언어를 배웠던, 소위 ‘성골(聖骨)’도 아닌 그가 외국어 달인으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일까. 외국인 앞에만 서면 슬그머니 눈치만 살피게 되는 이들을 위해 박 컨설턴트에게 그 비법을 물어봤다.

▶일본인 바이어의 평가, “NHK 아나운서 같다”=박연옥 책임컨설턴트는 LG CNS에서 근무하고 있다. IT서비스기업 LG CNS는 최근 일본 SBI그룹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IT기업 최초로 일본 금융IT시장에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박 책임의 일본어 실력이 백분 발휘됐다. LG CNS 측은 “박 책임이 합작법인 설립 프로젝트 컨설팅 및 계약 협상에 참여했고, 일본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는데 SBI그룹 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꾸준히 일본 진출을 추진한 프로젝트 팀원의 노력에 더해, 일본 고객이 사업 제안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데 박 책임의 능숙한 일본어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박 책임은 “일본어가 다른 언어보다 상대를 높이는 존경어와 자신을 낮추는 겸양어를 잘 사용해야 한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경어 사용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다행히 이런 자세가 고객에게 신뢰감을 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일본에서 진행한 세미나에서 박 책임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한 일본인 컨설턴트는 “이렇게 경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은 처음 봤다. 마치 NHK 아나운서를 보는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박 책임은 “같이 일해도 좋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외국어가 사업에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런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6개 국어 구사 비결은? ‘공부보다 콘텐츠가 핵심’=박 책임은 일본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에 능숙하다. 영어와 일본어는 고급 문서 작성도 가능하다. 박 책임은 “학원이나 교재 공부보다 콘텐츠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게 비결”이라고 전했다. 즉, “공부를 위한 공부보다는 우선 그 나라 언어가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책임은 언어를 처음 배울 때 문법책이나 학습교재로 시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화나 요리책, 역사책 등을 먼저 구입한 뒤 단어를 찾아가며 언어 실력을 쌓고 흥미도 키운다는 의미다. 그는 “프랑스 음식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음식을 주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프랑스 요리 레시피를 수집하며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영화를 감명깊게 본 뒤 관련 서적과 영화를 통해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연옥 책임컨설턴트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외국어가 사업에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흥미 있게 어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익 등 어학 시험을 보기도 했지만,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어학을 공부했다. 박 책임은 “언어만 익히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언어를 활용하려면 콘텐츠가 풍부해야 한다. 흥미 있게 어학을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추후 활용할 때에도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창시절, 외국어 활용 기회를 최대한 찾아라=박 책임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그는 “전공 학과의 특성상 외교관 자제 등도 많았는데 입학 당시 난 그저 평균보다 조금 영어를 잘하는 수준이었다”며 “어린 시절부터 특별히 어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던 게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대신 박 책임은 대학 시절 동안 외국어를 놓지 않았다. 영자신문사의 문을 두드리고, 교환학생의 기회도 빠짐없이 신청했다. 수강 신청도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만 골라 들었다.

박 책임은 “교환학생을 신청할 때 영어권 국가와 일본 두 곳에서 기회가 생겼는데, 일본 학교의 경우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걸 알았다. 일본어와 영어를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일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교환학생으로 일본 규슈대학을 오가며 학창시절 동안 국제 세미나 참가도 수차례 참여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일본의 법률에 관한 ELSA(European Law Students Association) 세미나’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여했고, 대학원 시절 제1회 일본 대학 간 협상대회에서 영어협상 부문에 참여해 우승을 차지한 이력도 있다.

이 모든 게 외국어를 배우고 구사할 기회를 쉼 없이 찾아다닌 성과다. 그는 “항상 할 수 있는 능력보다 좀 더 도전적인 환경을 만들고 외국어를 배우곤 했다. 노력 여하에 따라 학창시절 동안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새롭게 관심을 갖는 언어는 이탈리아어다. 최근 이탈리아 영화를 본 뒤 이탈리아어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언어를 공부로 접근할 때는 한계가 있다. 높은 점수를 얻었더라도 실제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공부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다 보면 한층 효율적으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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