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지난 16일자로 관장에 복귀했다. 2년9개월 만이다. 홍 관장은 지난 2008년 6월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의 그룹 회장 퇴진과 함께, 리움 관장직에서 물러난바 있다. 홍 관장이 퇴진한 후 리움은 관장직을 공석으로 둔 채, 홍 관장의 막내동생인 홍라영 씨(51)가 총괄부관장을 맡아 미술관을 운영해왔다 .
홍라희 여사는 지난 1995년 삼성미술관(당시는 호암미술관) 관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공식채널을 통해 이를 발표하고, 기자들과 취임간담회를 갖는 등 세간에 이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용히 복귀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리움측은 "당초 3월 16일 복귀 일정에 맞춰 공식채널을 통해 발표하려 했으나, 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취임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같은 ‘물밑 취임’은 홍 관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홍라희 관장이 관장에 복귀함으로써 삼성미술관 리움은 앞으로 보다 활발하게 기획전 등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리움의 위상에도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리움은 홍라희 관장이 관장으로 재직할 무렵 연간 4~5회 이상 크고 작은 전시를 펼쳐왔다. 산하 갤러리인 로댕갤러리에서도 3~4회 씩 전시를 여는 등 활발하게 전시를 개최해왔다. 국내외 주요 미술품의 컬렉션도 적극적으로 실행해왔다. 그러나 삼성특검 이후 리움은 기획전을 전면 중단했으며, 작품 수집도 거의 중단하는 등 2년 넘게 동면에 들어갔다. 작년 8월부터야 기획전을 재개한바 있다.
물론 홍라희 관장은 관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국내는 물론, 해외 미술계에서도 ‘마담 홍(Madame Hong)’으로 불리며 막후에서 미술관 운영의 큰 줄기를 잡았었다. 그리고 작년 봄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에 이어 홍라희 여사 또한 올 초 또는 올 봄 미술관장에 복귀 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었다. 리움 관계자는 “관장께서 근 3년 만에 다시 취임하는만큼 앞으로 기획전이며 각종 프로그램이 더욱 보강되고, 전시의 규모며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미술관에 활기가 돌고, 전체적으로 힘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인 것.
그러나 한 미술계 인사는 "홍 관장이 그동안 관장직을 공식적으로 행사하진 않았으나 동생을 앞세워 미술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안다. 그러니 전시가 좀 늘 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까지 다소 폐쇄적이었던 리움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한국 최고의 사립미술관답게 보다 열린 미술관, 대중및 미술계 전반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공공성을 추구하는 미술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