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 키운 책임져라” VS “해줄 만큼 해줬다. 자금공급은 더 이상 없다”
지난 2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과 LIG그룹간에 책임공방이 한창 벌어지면서, 한때 탄탄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았던 중견건설사들이 ‘미운 오리’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LIG건설 노동조합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동안 법정관리를 통해 2007년 부채를 완전히 청산한 건영을 인수해놓고, 방만한 경영으로 또다시 법정관리까지 오게 만든 LIG그룹이 도덕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7~2008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PF사업을 무리하게 추진, 첫삽조차 뜨지 못한 사업장을 만들어 한달에 이자만 수십억씩 내는 부실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LIG그룹이 자금 지원은 커녕, LIG건설측이 기업어음(CP)발행으로 끌어들인 자금 일부를 관계 회사인 LIG투자증권이 발행했던 LIG건설 CP만기 상환에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도에 직면한 LIG건설을 지원하지 않고, 관계자를 지원하기 위해 폭탄돌리기를 했다는 것이다.
반면 LIG그룹은 “추가 지원만으로는 더이상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고 등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LIG건설의 PF대출잔액은 8900억여원이고, 공사 대여금 및 미수금도 2000억원대다. 왠만큼 지원해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다. LIG그룹은 “LIG건설을 살리려고 경영권까지 포기한 것만으로도 도리는 다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워크아웃을 신청한 진흥기업도 모기업 효성과의 관계가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초 효성이 190억원을 빌려줘 가까스로 최종부도를 모면했지만, 현실은 살얼음판이다. 지난 18일 효성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진흥기업 지원을 거세게 반대했다. 지난 4분기 11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효성은 진흥기업 손실 반영으로 3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창립 60주년을 훌쩍 넘긴 장수건설사 남광토건도 2008년 1월 대한전선에 인수됐지만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지 3년도 안 돼 지난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워크아웃)을 받았다. 대한전선이 경영권분쟁에 휩싸이면서 남광토건의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너지효과가 기대됐던 대기업의 중견건설사 인수가 결과적으로‘독이든 성배’가 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운명 또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건설은 가망이 없고, 그렇다고 해외진출은 꿈도 못꾸는데 그룹 지원마저 끊긴다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가는게 정해진 수순아니겠냐”고 안타까워했다.
김민현ㆍ정태일 기자/kill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