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핵심 아이콘인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삐걱거린다. 지난달 23일 동반성장위원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발제에 따른 초과이익공유제 찬반 논란에 이어 정 위원장의 사퇴 ‘몽니’와 갑작스런 신정아 스캔들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다행히 사퇴 여진은 봉합되는 분위기다. 대척점에 섰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동반성장은 경제 제1과제이자 국정 최우선 과제”라며 동반성장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고, 청와대는 정 위원장의 장문의 편지에 동반성장위를 책임지고 이끌어달라는 ‘대통령 뜻’을 전했다. 정 위원장 역시 “동반성장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렇다고 사퇴 파동 매듭이 초과이익공유제 강행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사퇴 배수진을 친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초과이익공유제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공정사회로 가려면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에도 성장의 기회를 줘야 하고 초과이익공유제가 그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보도 듣도 못한 정책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수혜자 대표인 중소기업중앙회마저 “소모적 논쟁을 자제하고 구체적인 동반성장 방안을 논의하자”는 주문이 안 들리는 모양이다.
초과이익공유제 부당성은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을 듯하다. ‘사회주의 분배정책’ ‘급진 좌파적 발상’ ‘반(反)시장 반(反)기업 정책’이라는 경제학 이론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비현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취지에 동감한다’는 찬성론자들마저 대부분 방법론에선 회의적이다. 종업원과 주주, 사회 모두가 이익 주체라는 유럽 식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 위원장 주장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적어도 신문 광고로 게재된 산업 현장(12년차 반도체 엔지니어) 목소리부터 설득해야 합당하다. 초법적 발상, 근로자에 대한 불평등 강요 및 혁신 동기 저하, 대기업의 조세 금융 인센티브 부적절, 민간기업에 앞선 공기업의 경영효율 선결 요구에 답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전체가 대기업에 연계된 것도 아니다. 5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대기업과 직ㆍ간접 거래 기업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 및 공공기관 납품, 직수출, 최종 소비자 판매 등으로 기업을 영위한다. 통상 대기업 거래 중소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사정이 낫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양극화를 악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를 강제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익공유를 넘어 나중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이익공유를 주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적정이익 산정도 불가능할 뿐더러 대기업 초과이익을 전부 사회에 내놓으라는 발상은 분명 헌법이 규정한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깨뜨릴 것이다.
일련의 사태에서 보여준 청와대의 우유부단과 미봉은 실망스럽다.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사안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당초 청와대 입장 표명은 세종시 때처럼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비쳐진다. 정 위원장을 앞세워 여론을 타진, 결과가 여의치 않으면 없었던 일로 덮으려는 술수가 읽히는 것이다.
청와대는 동반성장이 본궤도에 오르게 하려면 이제라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레임덕 현상 차단을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집권 3년이 지나도록 포퓰리즘에 기대는 MB정부의 아마추어 리더십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동반성장의 실효성을 높여달라는 재계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진정한 동반성장은 기존 중소기업 지원 제도의 철저한 이행만으로도 충분하다. 모자라는 부분은 공정거래 및 조세 금융정책, 조세특례기준법 상의 동반성장기금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 굳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역행하는 초과이익공유제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민간 자율을 강조하면서 반민반관 동반성장위원회 운영은 사리에 맞지 않고 정치적 포석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정 위원장은 신정아 후폭풍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 실명이 공개된 상황에서 애써 무시한다고 없었던 일로 덮어지지는 않는다.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면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게 공인의 도리다. 전직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라는 개인의 명예에 앞서 경제를 견인해야 할 동반성장이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모습은 어느 누구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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