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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불안해도 떠나지 않는 韓 중소기업들
유승호 코트라 도쿄KBC 해외IT지원센터운영팀장

지난 11일 금요일 오후 2시46분께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쓰나미를 동반하며 발생한 규모 9의 지진은 미야기현, 이와테현의 일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6일 현재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는 2만1500여명, 피난민은 43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 날 도쿄 지역에선 진도 6의 강력한 건물 흔들림 현상이 발생했다. 필자는 당시 후쿠오카 현청 도쿄사무소 하라구치 유키코 소장과 함께 IT사업 협력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건물이 무너질 듯 흔들려 긴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밖에선 이미 수백명이 대피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좌우로 흔들리는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진 직후 전화는 불통됐다. 가족의 안부 확인이 불가능했다. 지하철은 운행이 중단돼 10만여명이 귀가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코트라 도쿄IT지원센터 입주기업 직원 10명도 사무실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11일 저녁 부터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 뉴스가 흘러나오자 도쿄 거주 주재원과 가족들은 진도 5~6정도의 지진보다는 방사선 피폭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미 민간기업 주재원 가족 대부분은 하네다, 나리타, 시즈오카, 나고야, 오사카 지역으로 분산 이동해 귀국하고 있다. 일본 현지 학교는 휴교를 하지 않아 일본인 학교에 다니는 주재원 자녀와 가족들은 귀국 지연으로 불안감이 더 고조되고 있다.

이제는 도쿄에서도 쌀, 육류, 생수 등 생필품과 자동차 가솔린 부족현상이 심각해 지고 있다. 도쿄IT지원센터 입주기업인 이오테크의 이병규 지사장은 16일 저녁 슈퍼마켓에 쌀을 사러 갔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침 쌀 트럭이 왔지만 10㎏짜리 20포대만 실려있었다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입출금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16일과 17일 오전에 미즈호은행 440점포의 현금자동지급기(ATM)에서 장애가 발생해 44만건, 5700억엔의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도쿄에 영업거점을 둔 IT 중소기업 지사장들은 고생해서 개척한 바이어를 두고 그냥 귀국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E사는 피해가 가장 큰 미야기현 소재기업과 3월 말 4000만엔 규모의 레이저 기술 애플리케이션 수출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바이어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센다이시 소재 기업에는 이미 1억엔 상당을 납품했으나 바이어와 접촉이 끊겼다. 도시바 이바라키 공장에도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공장 가동 중단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온더아이티사는 도쿄 바이어인 IT프론티어사를 나고야에서 만나 상담을 벌일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업체 알서포트사의 지사장은 본인을 제외하고 직원 전원을 오사카 칸사이공항을 통해 귀국시켰다. 오사카KBC에서 임시 업무를 보고 있는 이 지사장은 지금이야 말로 바이어에게 신뢰감을 안겨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교포 IT기업인 웰시스템 양승호 사장은 소프트뱅크에 제품 공급을 추진하다가 이번 지진으로 상담이 중단됐다고 토로했다. 그 역시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귀국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쿄에 진출한 중소 IT기업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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