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넘어졌지? 빨리 일어나!”
장애인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집회에 참석했던 장애인이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골절상을 입어 해당 경찰서를 피진정인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1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종로 보신각 앞에서 장애인과 장애인부모 등 약2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애인과 빈곤층의 민생이 달린 3대법안 제ㆍ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오후4시께 집회를 마친 장애인들이 종각역과 인근에서 대시민선전과 모금 등을 진행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자, 현장에 있던 종로경찰서 소속의 경찰들이 휠체어가 다니지 못하게 방패로 횡단보도를 막았고, 이에 장애인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이 전동휠체어에 부딪쳐 넘어졌고, 현장 지휘관은 한 장애인를 지목해 체포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경찰관 5~6인이 달려들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의 몸을 휠체어에서 끌어내 강제연행을 시도했고, 휠체어에서 떨어진 장애인은 왼쪽팔이 비틀리면서 통증을 호소하며 구급차로 호송돼 전치4주의 골절상 진단을 받았다.
현장에서 장애인들이 이에 대해 항의를 하자 지휘관은 장애인이 다치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누워있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다음날 오전 전장연은 종로경찰서를 항의방문하려 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는 지난 11일에 전장연에 답변서를 보내 “미란다원칙을 충분히 고지했고, 안전하게 연행하기 위해 5~6명의 경찰관이 동원됐다. 장애인을 ‘조롱한 행위’라는 것은 주관적 판단으로,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
전장연은 경찰이 해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1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폭력연행과 인권유린의 내용으로 종로경찰서를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는 무리하게 횡단보도와 인도까지 장애인의 통행을 막은 행위, 장애인의 몸상태를 전혀 이해도 못하는 경찰관들로 하여금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을 사방에서 끌어내려 폭력적으로 연행을 시도한 행위, 부상 당한 장애인에 대해 “일부러 누워있다”며 조롱하고 방치한 행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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