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6일 정례회의 때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인수 승인 안건을 보류하고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만 상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날 논의 결과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로서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다음주 중에 임시 금융위를 열고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인수 승인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이날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인수 승인건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법적 불확실성이 제기된 만큼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신 4년여에 걸쳐 판단을 미뤘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상정했다.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해 우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절차상 맞을 뿐더러, 책임회피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계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판단 불가’라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측이 당국의 판단에 도움이 될 자료 제공에 적극 협조하지 않아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금융자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론스타측은 벨기에 특수관계인 투자 현황에 대한 세부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금융계 전망대로 당국이 이같은 결론을 내릴 경우 론스타는 대주주로서 자격은 유지하면서 하나지주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할 명분을 마련하게 된다.
금융위는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승인 안건은 이르면 다음주 중 임시회의 때, 늦어도 내달 정례회의 때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기환송된 외환카드 소송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마냥 기다릴 경우 하나지주-외환은행간 계약이 파기될 상황에 놓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 판단이 1개월 늦춰질 경우 하나지주가 매달 론스타에 대해 329억원의 지연이자를 물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융위는 론스타의 먹튀를 돕고, 국부유출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한편 금융위 내부에서도 하나지주와 론스타간 거래 자체에 흠결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문제는 법리검토가 끝나는 대로 가능한 서둘러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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