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이후 단기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면서 금이나 채권 등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이 피해복구를 위한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미국에 이은 일본의 유동성이 글로벌 증시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37.74포인트(1.15%) 하락한 1만1855.42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3.64포인트(1.25%) 하락한 2667.33을 기록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1.38% 떨어진 5695.28, 프랑스 CAC40 지수는 2.51% 하락한 3780.85, 독일DAX30 지수는 3.19% 내린 6647.66으로 거래를 끝내면서 미국과 유럽이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유가 또한 하락하면서 신흥국 증시의 조정 이유였던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풀 꺾이는 상황이다.
전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4.0% 하락한 배럴당 97.18 달러로 마감, 지난 2월28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정제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석유 수입 감소 전망 때문이다.
강정구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주식운용팀 이사는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경기 회복의 속도와 강도가 변할 수는 있어도 그 방향성은 중장기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오히려 상품 가격 하락을 통한 이머징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부담 완화, 각국 정부들의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인한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 문제와 중국의 추가적인 긴축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진 발생 이후 단기적으로 엔화 수요 증가 기대에 따라 엔화가 강세를 띄는 모습이지만, 결국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펴면서 약세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대지진에 따른 양적완화 확대와 유동성 지원과 향후 예상되는 추경예산 편성 등을 감안할 때, 해외자산 매각과 보험금 유입에 따른 엔화의 단기적인 강세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2차양적완화 종료시 엔화의 약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에도 지난해 미 달러화에 이어 일본 엔화까지 대량으로 늘어나면 글로벌 잉여 유동성은 한층 증가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면서 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유동성이 증시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선호로 장기 구간 중심으로 하락했지만, 단기구간은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아 오히려 상승했다.
“단기구간 금리 하락이 병행되지 못한다면 최근 채권 강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박형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분석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를 돌이켜보면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금융완화정책을 단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은 글로벌 유동성의 반등을 견인했다”며 잉여 유동성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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