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일본 열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의도한 어둠이었으며 재앙 속에서도 발휘된 단합의 힘이었다. 이에 15일부터는 방송 중단도 시작됐다.

지금 일본은 제한 송전을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은지 하루가 지났다.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 공급부족으로 인해 ‘계획적 정전’을 시행하는 지역들이 정해진 것이다. 도쿄 전력은 부족난에 시달릴 조짐이었다. 대지진으로 일부 발전시설이 파괴되며 공급량은 평균 수요 4100만kw에서 3100만kw로 줄었다.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던 것. 이에 수도권을 포함한 간토(關東)지역에서는 계획정전이 실시된다고 예고했다. 관내 1도8개현을 5개 그룹으로 나눈 뒤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를 7개 시간대에 걸쳐 3시간40분씩 송전을 제한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예고와는 달리 전기 공급은 14일 오후까지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자발적으로 전기 사용을 자제한 시민 의식은 전력난을 막을 수 있었다.

오전 출근 시간대 도쿄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일부 전철과 지하철이 감축운행을 하거나 운행중단하는 것으로 당초 계획한 절전을 피할 수 있었다. 방송 중단도 자체적으로 시행한다. 공영방송인 NHK는 15일부터 19일까지 교육채널과 위성방송 BS2의 새벽 방송(자정~오전 5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계획정전을 감안한 조치에 도쿄 시민들은 생활 면에서 다소의 불편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발적 정전 조치는 일시적으로나마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하지 않은 채 마무리될 수도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그렇다고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인들이 겪게 될 막대한 불편은 일본 경기의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밤 계획 송전 방침이 발표된 이후 각 철도회사들은 노선의 전철 운행을 중단했으며,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 등 유통점의 물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제조업계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동차 업체들은 일부 조업을 중단했고 정전에 대비해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는 무려 1000여곳이었다. 의료시설의 경우 전기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장기간 제한 송전이 이어질 경우 일본 경기는 더욱 위축되리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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