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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대재앙의 실종자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실제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습니다. 지진에 대해서는 인적, 물적으로 세계 최고의 방어 시스템을 갖춘 일본입니다만 그런 일본도 이번 지진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인간 기술의 한계를 역력히 보여 준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은 비탄에 빠져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국민들이 보여주는 재해에 대한 침착하고 담담한 대처는 놀라울 정도인데요. 지진과 화산폭발이 일상이 되어 그런 것인지, 원래 국민성 자체가 그런 것인지 여하튼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일본에 가장 가까운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 역시 일본의 대재앙에 대하여 과거 역사적 앙숙관계를 떠나 인도적으로 애도와 위로를 보내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재앙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비롯되는 공포심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대재앙의 현장을 눈앞에 두고 법률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좀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대재앙이 발생하면 추후에 복잡한 법률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단, 쓰나미나 지진이 발생한 해당 법원의 경우 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여 소송절차가 중지됩니다. 재판진행이 멈추고 재해가 종료되어야 다시 절차가 진행됩니다.

또, 이번 지진의 경우 사망자와 실종자의 수가 엄청난 규모입니다. 수만 명 단위의 사망, 실종자의 숫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망자의 경우 주로 보험금 청구와 관련하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보험의 경우 이번과 같은 사건은 ‘천재지변’이라 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사항으로 해 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보험금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재해를 담보하고 있는 보험의 경우에는 그 지급액이 상당한 액수가 될 것이지만, 이런 상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유럽지역 재보험사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종자의 경우는 법률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특히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생존도 확인되지 않은 경우, 이들을 사망으로 볼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기간이 5년이 지나면 법원에 신청하여 법원의 판단으로 그 사람을 법률적으로 사망으로 보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를 ‘실종선고’제도라고 합니다.

전쟁, 항공기의 추락, 선박의 침몰 기타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의 경우 생사불명 기간이 1년만 되어도 실종선고가 가능합니다. 지진과 쓰나미가 바로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에 해당되어 1년간 생사불명이 되면 실종선고를 받아서 사망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과거 TV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한예슬이 배에서 떨어져서 실종되었는데, 이때는 침몰한 선박이 아니므로 5년이 지나야만 실종선고가 가능합니다만, 드라마에서는 1년 만에 실종선고가 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죠. )

사망으로 간주되면 상속이 발생하고 혼인관계가 종료하게 됩니다. 물론 살아 돌아오게 되면 모두 원래대로 복원됩니다. 그렇지만 살아 돌아오면 더욱 복잡한 법률관계로 얽히게 되겠지요.

아무리 상속이나 혼인관계가 뒤집혀서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해도 이번 지진에서 살아 돌아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대재앙을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서 목도하면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고 겸양과 생명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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