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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은혜 “첫 영화는 내게 맞지 않았던 옷…이젠 카메오도 좋다”
“씨름에서 이겨도 부끄러워하는 성격이었어요. 첫 영화(‘카리스마 탈출기’)는 제 성향하고는 완전히 달라서 못 하겠다고 했었죠. 저는 숫기도 없고 여성성도 많은 애인데, 주먹질을 해대는 남자같이 터프한 역할이니…. 연기에 ‘연’자도 모르는 애가 한 두 달 준비하고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이 아니었어요. ‘저 이 한 대사도 못하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결국은 자신없는 상태에서 들어갔죠. ”

윤은혜의 스크린 데뷔작 ‘카리스마 탈출기’(2006년)는 혹평과 외면을 받았다. 리얼리티쇼의 형식을 빈 예능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초창기, 2005~2006년의 윤은혜는 ‘엑스맨’이라는 코너가 ‘소녀장사’ 이미지로 인기를 북돋운 스타였다. 예능프로그램에서의 활약과 이미지를 빌어 기획된 첫 영화는 흥행전선에서 보기좋게 나가떨어졌고, 윤은혜는 ‘궁’ ‘커피 프린스 1호점’ 등에서 예능이나 가수활동 시절과는 다른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연기력 논란도 있었지만 일견 평범하고 사랑에 서툴러도 해맑고 씩씩한 소녀를 보여줬을 때는 큰 환호도 얻었다. 지금, 윤은혜는 팬들이 자신에게 요구하고 연기와 이미지를 썩 잘 알고 있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두번째 영화인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는 데뷔작과는 달리 윤은혜가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인물을 만들어간 작품이다. 


“평범한 20대를 대표하는 역할이에요. 외모도 경제력도 연애도 조금씩 부족한 친구,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애쓰지만 결국은 ‘내 길이 아니야, 잘못된 꿈을 꾸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돼는 여자에요.”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감독 허인무)는 연극영화과 출신인 20대 여성 4명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린 작품으로 그중 한 친구가 연예인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되자 우여곡절을 겪는 이들의 삶을 담았다. 윤은혜는 비슷한 또래의 스타들인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와 호흡을 맞췄다.

“여자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지금 제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택했어요. 당장 그 인물로 살아갈 수 있는. 감독님께 ‘누가 봐도 유민(극중 인물)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어요. 기존과 너무 다르지 않으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일상적이며 편안한 느낌의 인물이죠.”

27살 윤은혜가 제 옷에 맞는 옷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2년여전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홀로서기’에 나선 것과 아예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독립선언같은 거창한 의미를 두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지만, 제 길을 잡아가는 젋은 스타에겐 여러모로 뜻깊다. 

“(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그동안 오해나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회사의 입장을 잘 알기 때문에 맞춰가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양보를 요구받았고, 불합리한 상황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예를 들어 어린 나이에 애엄마 역할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없잖아요. 그럼 싸우게 되고, 저도 모르게 활동중단이네 어쩌네 하는 기사들도 나고…. 그래서 마음을 다치지 않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집같은 공간을 마련한 거죠. 회사 이름(더하우스컴퍼니)도 그래요.”

중3 시절 아무 준비 없이 얼떨결에 “해봐라”해서 오디션을 보고 베이비복스의 멤버가 됐고, 6년을 가수로 6년을 배우로 살아온 윤은혜. “어렸을 때 공부도 열심히 안하고 말썽 피운 기억도 없는 것이 가장 후회된다”며 “이제는 조심스러워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매력적인 인물이라면 조연도 좋고 카메오도 좋으니 무조건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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