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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수목극 ‘싸인’ 충격적 종영이 남긴 화두] 정의 위한 희생…권력을 비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의 활약을 밀도 높게 그려온 SBS 수목극 ‘싸인’이 대권 도전자의 딸로 연쇄살인을 하던 강서연(황선희 분)을 잡기 위해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분)이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싸인’은 트럭 연쇄살인범, 미군의 한인 살인사건, 대기업 연쇄의문사사건, 망치 연쇄살인사건 등을 법의학 관점에서 다뤘지만 대미를 장식한 건 아이돌 스타 서윤형의 죽음을 파헤치는 작업이었다. 이 사건은 국가나 집단의 권력이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개인에 대한 주의 환기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제작진이 이 사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0일 방송된 최종회는 윤지훈이 죽은 채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해 충격 강도를 높였다.
‘싸인’은 권력을 등에 업고 휘두르는 폭력을 막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대권 후보자 강중혁 의원의 딸 강서연이 자행하는 잇따른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줬다. 드라마에서는 권력에 빌붙어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걸 오히려 방해하는 변호사, 정치검사가 등장한다.
여기에 권력이 필요했던 국과수 이명한 원장(전광렬 분)이 합작함으로써 부검 결과를 쉽게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시키는 과정이 나온다. 강서연의 살인사건은 ‘사회적 루저’의 사이코패스류와도 다른, 권력을 이용한 살인행위다. 결국 윤지훈이 강서연을 집으로 끌어들여 자신을 살해하는 과정을 CCTV에 찍히게 해 ‘싸인’을 남김으로써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 윤지훈이 현실주의자로 보이지 않고 이상주의자로 여겨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일 수 있다. 국과수의 독립을 위해 ‘권력’이 필요했지, 권력의 시녀가 되고자 한 건 아니었다며 고다경(김아중 분)에게 윤지훈의 부검을 맡긴 이명한이 더 현실적인 인물일지도 모른다.
‘싸인’은 최종회를 급하게 제작하느라 후반 작업을 제대로 못 해 한동안 대사가 나오지 않고 화면 조정 시간에 나오는 컬러바 화면까지 등장하는 방송사고가 터져 오점을 남겼다. 이날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25.5%(AGB닐슨)를 기록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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