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案 심의 사실상 ‘상원’

쟁점법안 관계자 들락날락


지난 8일 한 법사위 의원실. 의원은 상임위에 참석 중이었지만 의원실은 여러 손님들로 분주했다. 수석 보좌관의 책상 위에는 법사위 법안과는 관련 없는 농협법 관련 자료 등 다양한 안건의 자료가 쌓여있었다. 의원집무실에는 셧다운제와 관련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같은 건으로 게임업계, 문방부, 여성계 관계자가 수차례 오가고 있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들이 열리기 시작하면 법사위가 중요해진다.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들은 법적인 검토와 상임위 간 조율을 위해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 때문에 법사위는 상임위 중 사실상 ‘상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타 상임위 법안을 심사하는 법사위 2소위원회에서 한 의원만 반대를 강하게 하고 나와도 법안 통과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법사위 관계자는 말한다. 직권상정하지 않는 한 법사위란 길목을 반드시 거쳐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에서도 여지없이 법사위는 쟁점투성이 상임위가 됐다.

청목회 봐주기 입법으로 논란이 됐던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행안위에서 통과됐지만 법사위에서 전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합의를 거쳐 자구 심사 수준을 넘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위를 통과한 농협법과 기획재정위를 통과한 세무검증 관련법도 법사위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법과 관련, 정무위 담당인 보험업계에서 농협보험에 특혜를 주게 된다고 극렬히 반대하고 있고 농민단체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법조인, 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납세신고 전 검증을 받게 하는 세무검증 제도와 관련해서도 여러 단체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야간 이용을 금하는 게임법은 여성위와 문방위에서 각각 상반된 내용의 법이 통과돼 조율이 필요하다. 여성위가 규제를 강화한 법안을 통과시키자, 문방위에서 규제를 완화한 법안 통과로 맞대응한 것.

기재위에서 통과시킨 한국은행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은행법과 정무위에서 조사권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대응 입법한 금융위설치법도 작년부터 법사위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상화 기자/sh9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