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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여성의날 “일-가정 양립? 아직 체감 못해”
정부가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족간호휴직제도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일-가정 양립 제도 가운데 하나이지만, 기존의 것과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

기존 산전후 휴가제도, 육아휴직제도 등이 여성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가족간호휴직제도는 자녀 뿐만 아니라 직계 존속까지 돌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임신 출산 육아에 이어 가족의 간병에 필요한 시간도 보장함으로써 맞벌이 부부에 대한 정부의 일-가정 양립 보장의 범주를 더욱 확대시킨 것이다.

일-가정 양립은 저출산 문제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생산적 복지’의 한 축이다. 성패의 관건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를 만들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의 개발과 전국 순회 설명회 등을 통해 종착점의 70%까지 나아갔지만 현장에서의 제도 흡수율은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8일 103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가정 양립 제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쏟아지는 맞벌이 지원 제도= 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본격화되면서 결혼 출산 육아에 이어 가족 간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책이 준비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책은 3가지 카테고리로 요약할 수 있다. 근무시간 관련 제도와 휴직 및 휴가제도를 활용한 지원제도, 그리고 기타 지원제도이다.

우선 근무시간 관련 제도는 일상 생활 속에서 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탄력적 근무시간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등의 방향을 검토 하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휴직 및 휴가제도를 활용한 지원책도 다수 마련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육아휴직제도이다. 올해 초부터 6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직장인이 육아를 위해 1년간 휴직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정부가 기존 급여의 40%까지 10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또 기존에 자녀 출산시 남성 직원에게 주어지는 3일 무급 휴가를 5일로 늘리고 3일을 유급으로 하는 배우자출산휴가 제도도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제도도 오는 7월 법령 개정을 통해 시행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 아이돌보미 서비스 등 양육과 관련된 지원책도 다수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다. 아이 돌보미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취업부모 자녀를 대상으로 돌보미가 아동의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로 시간제 보육이나 보육시간 연장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맞벌이나 임시ㆍ일용직 여성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풍요 속 빈곤’, 근본적인 대책 필요=정부내 여러 부처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증요법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을 수립하면 전달체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간에 중복되는 사업이나 정책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연근무제와 같은 정책은 여성가족부 단독으로 집행하기는 어려운 부문으로, 다른 부처의 협조가 긴밀히 필요하고 특히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의 본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주관부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정책을 집행하고 그 효과를 시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첩경이라는 지적이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 국장은 “유연근무제 확대하려고 하는데, 유연근로가 외국처럼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며, “정규직으로 안정적 일자리 마련돼야 하고,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역할이 중요하다= 여성부가 일-가정 양립제도를 채택하는 기업에 가족 친화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2008년 처음으로 14곳이 인증을 받기 시작해 2009년 20개, 2010년 31개 등 총 69개 기관ㆍ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우수기업이나 기관은 인증마크를 상품 광고나 기관 홍보에 활용해 이미지를 제고하는 한편, 인재를 채용하고 이직률을 감소시켜 기관ㆍ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전국 CEO포럼을 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용주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 실장은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기업이 호응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도제ㆍ이태형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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