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 외형확대 위험수준” 김종창 금감원장의 이유있는 쓴소리
현금대출만 106조원 등카드사 단기실적 급급
…
저신용 계층 이용률 높아
경기악화땐 부실 가능성 커
카드사들이 카드론 및 리볼빙서비스에 열을 올리면서 리스크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과거 카드대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지만 향후 경기악화에 따른 부실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7일 카드사 CEO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카드업계의 외형확대 경쟁 위험을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금대출의 급격한 증가는 특히 이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해 카드대출 이용규모는 106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6.8% 증가했다. 현금서비스는 0.2% 감소했지만 카드론은 무려 38.3%나 증가했다. 카드론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카드사들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카드론과 같은 현금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률이 수수료 인하로 인해 점차 줄어들면서 이같은 경향이 심화됐다. 리볼빙 서비스 이용잔액도 지난 해 5조5000억원으로 직전년도보다 4000억원(7.8%) 가량 증가했다. 리볼빙은 이용금액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남은 돈에 대한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카드업계 2위인 KB카드의 분사로 인한 과열경쟁도 신용위기 재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포인트 등 부가서비스 제공 중심의 회원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 해까지 마케팅비는 연평균 19.5%나 상승했다.
최근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카드들이 나오는 것도 카드사들이 그만큼 무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례로 주유비 할인만 하더라도 2009년까지 리터당 60원 할인에서, 최근 100원 할인까지 기준선이 올라왔다. 이처럼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카드사들은 더욱 카드론 영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카드사 CEO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김 원장은 이날 모임에서 카드사들의 과다한 경쟁 자제를 당부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문제는 카드론이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많아 경기변동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하는 적용금리대별 회원분포현황을 보면 실제 이용회원의 절반 이상이 20%대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이용회원의 66.82%가 금리 20% 이상 구간에 위치하고 있다.
경기 악화 및 고용불안이 이어질 경우 향후 가계부실 가능성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특히 카드론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의해 볼 점이다. 마케팅을 강화한 탓도 있지만, 그만큼 자금사정이 안좋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한편, 카드업계는 1%대 연체율을 근거로 제 2 카드대란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2003년 전업사의 연체율은 28.3%에 달했지만 이후 줄곧 감소해 2008년 3.4%, 2009년 2.2%, 2010년(9월) 1.8%까지 떨어졌다.
카드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리스크관리 능력이 향상됐고, 카드대출의 충당금적립률 상향 등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방침에도 따르겠다”고 말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