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강국으로 통했던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미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저축액/가처분소득)은 2.8%로, 저축률 자료가 제시된 20개 회원국의 평균저축률 6.1%에 크게 못미쳤다. 이는 덴마크(-1.2%), 체코(1.3%), 오스트레일리아(2.2%), 일본(2.7%)에 이어 5번째로 낮은 것이다. 한국의 저축률은 특히 소비왕국으로 통하는 미국(5.7%)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뒤쳐졌다.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를 줄여 저축률이 크게 올랐지만, 한국은 여전히 저(低)저축률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2.1%였던 미국의 저축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4.1%로 상승했고, 이후 2009년 5.9%, 2010년 5.7% 등 5%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저축률은 2011년 6.0%, 2012년 6.1% 등으로 6%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2.9%였던 저축률이 2009년 3.6%로 반짝 상승했으나 2010년에는 다시 2.8%로 떨어졌다. 특히 우리나라 저축률은 2012년 2.8%로 전망돼 3.1%로 예상되는 일본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나라 저축률은 1986년 20.4%로 사상 처음 20%선을 넘었고, 이듬해인 1987년 3저(低) 호황에 올림픽 특수까지 겹치면서 24.0%로 OECD 국가 중 1위에 오른 뒤 2000년 9.3%로 벨기에(12.3%)에 밀릴 때까지 13년간 1위를 지켰다. 1988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25.9%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드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2002년 저축률은 0.4%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가 2004년 9.2%까지 회복했으나 2007년(2.9%)부터는 줄곧 2~3%대 저축률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가계 저축률이 급감하는 것은 소득증가율 둔화, 각종 사회부담금 증가, 금리하락, 소비행태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특히 “낮은 저축률은 투자 및 소비여력을 감소시켜 정부 거시정책의 안정적 운영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 금리상승 시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