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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트 모스와 전지현...그녀들의 ‘진’을 말하다
이렇다할 활동도 없는 ‘그녀’가 며칠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르내렸다. 광택 소재의 타이트한 상하의를 입고 현란한 테크노 춤을 췄던 수년 전의 전자제품 광고 한 편 못지 않은 존재감이었다.

‘진의 여왕’으로 돌아온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최근 아메리칸 진 캐주얼 게스(GUESS)의 모델로 발탁됐다. 청바지 모델로의 귀환이었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겨울임이 분명했던 날, 전지현이 공개한 화보는 그녀를 다시 ‘여신의 자리’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이제 서른, 아무리 왕년의 CF퀸이라지만 쟁쟁한 걸그룹과 ‘몸매종결자’로 칭송받는 이들은 현재 너무나 많다. 대세는 베이글녀이며, 몸매로는 속된 말로 ‘끝장’을 본 이들도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전지현이 들고나온 핫팬츠 차림의 사진은 그녀를 수년 전 생기발랄했던 ‘그 전지현’으로 되돌려놨다.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청바지 화보 속의 여자 스타들과는 또 다른 의미였다. 이것은 마치 ‘여왕의 귀환’을 알리는 것과 같았다. 








물론 국내의 내로라하는 여자 스타들은 한 번씩 유명 브랜드의 진을 입었다. 고소영(지오다노)은 전지현 이전에 정우성과 함께 하늘빛의 데님을 입고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을 재연했다. 이효리(캘빈클라인)는 그녀의 팬들조차 치명적 단점이라 꼽는 다소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섹시한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진을 착용하며 ‘역시 이효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 김민희(타미힐피거)는 같은 진을 입어도 남다른 포스였다. 신세경(버카루)은 진 하나 갖춰입었을 뿐인데 식모(지붕뚫고 하이킥) 캐릭터에서 ‘베이글녀’로 거듭났다. 신세경의 바통을 이어받은 남장여자로 대박난 박민영은 이제 스타일아이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자타공인 보정이 필요없는 몸매 신민아(캘빈클라인)는 일찌감치 이태리에서도 뭇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진을 입고 있었다.

쟁쟁하다. 쟁쟁하고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는 이름들임에도 최근 쏟아진 몇몇 스타들의 데님 화보는 전지현만큼의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배우 정우성은 자신과 함께 캐주얼 브랜드 지오다노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지현에 대해 “그녀는 6년 전의 최고, 지금은 신민아가 최고”라고 했지만 그녀의 화보는 이 말을 무색케 했다. 어차피 왕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청바지를 출시하기까지 했던 전지현이었다. 프리미엄진 세븐진에서 ‘지아나진’이라는 이름으로 당대 최고의 여자 스타답게 진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다시 뜬금없이 ‘청바지 종결자’라는 별칭을 하사받았다.

국내에 전지현이 있다면 국외에는 케이트 모스(Katherine Ann Moss)가 있다. 영국 최고의 슈퍼모델, 샤넬과 루이비통, 구찌가 사랑한 뮤즈였던 그녀는 갖은 구설수와 대마초, 약물 복용 등으로 화려한 모델 생활을 마감하는가 했다. 그녀의 손을 다시 잡은 것은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였지만 그녀를 2011년 현재에도 영국의 시크함과 우울함을 믹스한 톱모델로 기억하게 한 것은 쏟아져 나오는 케이트 모스의 파파라치컷이었다.

루즈한 티셔츠에 피트된 스키니진, 겨울에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앵클부츠면 충분하다. 한 손에는 커다란 모터백이 들려있고, 칙칙한 하프 기장의 코트는 노상 깃을 세운 채 웅크리고 있었다. 지난 겨울 내내 케이트 모스는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그레이 스키니진에 브라운 계열의 모피, 그 안에는 역시 잘못 소화하면 ‘런닝셔츠’와도 같은 루즈한 핏의 티셔츠를 매치했다. 소피아 코폴라의 루이비통백도 하나의 소품이었다. 더 어두한 데님을 택할 때에는 종종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를 신었다.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다만 케이트 모스가 소화했을 뿐이다. 가끔은 주렁주렁 실버와 골드가 믹스된 목걸이로 허전함을 달래고 화이트 셔츠를 입는다. 무심한 듯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클래시컬한 퀼팅 샤넬백이었다. 스키니진이 유행하기 시작하며 케이트모스의 스타일은 한결같았다. 아니 케이트모스의 스키니진이 열풍을 몰고왔다고 보는 것이 먼저다. 케이트모스는 케이트모스 자체로 스타일이었다.(그녀 역시 캘빈 클라인의 모델이었다)

그녀의 진 스타일은 이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에게로 전파됐다. 케이트모스의 시크함과 자유분방함이 닮은 할리우드의 톱배우 시에나 밀러는 케이트모스 못지 않은 스타일리시함과 패션 감각을 지녔다.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는 대세를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늘 각광받지만 그녀 역시 케이트모스의 스키니진의 전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생지 데님에 플랫슈즈, 블랙의 가죽재킷의 그녀는 시크하고, 풍성한 니트 안에 체크 셔츠를 매치하고 킬힐을 신은 위에 역시 블루 스키니진을 매치한 시에나 밀러는 편안하면서도 영국적인 감성을 숨길 수가 없다. 그녀는 하지만 미국인이다.

‘벰파이어와의 인터뷰’의 꼬마 아가씨는 커스틴 던스트로 성장해 모던 어반룩의 대명사가 됐다. 그 역시 진을 즐겨 입는다. 스키니진에 플랫슈즈, 힐튼가의 둘째딸 니키 힐튼, 올슨 자매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전세계 여성들은 다시 그녀에게 열광했다. 케이트 모스 이야기다. 그녀로 하여금 찾아온 스키니진의 열풍, 그것은 케이트 모스의 건재함을 여전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프리미엄진의 전파를 알렸던 로라이즈 부츠컷의 식상함을 스키니진의 쇼크로 되갚은 케이트 모스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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