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선(55)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매년 100억원씩 흑자를 내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성공 비결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철저한 기획’을 꼽았다. 전국 9개 월드컵경기장이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40억~50억원 적자더미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약진은 고무적이다.
그는 “설계 당시부터 (월드컵경기장의) 운영 수익이 유지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면서 “그런 계획에 따라 현재 경기장에 문화ㆍ체육ㆍ쇼핑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유치,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높은 수익을 내는 선순환구조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입점 업체도 세심한 기획에 따라 선정됐다. 애초 계획에는 스포츠용품점ㆍ우체국ㆍ문화센터가 입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단은 MD(매장 구성 설계) 용역 결과에 대형 할인점ㆍ스포츠센터ㆍ영화관ㆍ예식장ㆍ사우나ㆍ패스트푸드 및 커피숍 등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돈을 쓰게 하는 6개 업체를 입점시켜 수익을 극대화했다. 개장하자마자 대형 할인점 하루 매출액은 21억원에 이르렀고, 영화관과 스포츠센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방의 월드컵경기장과의 차이점에 대해 이 이사장은 “서울 경기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부도심에 건립됐지만, 타지방 경기장은 시 외곽에 건립돼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유동인구가 적다 보니 시민편의시설이 들어오기 꺼리고, 운동장만 덩그러니 남으니 시민들도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그는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월드컵경기장의 배후 단지가 돼주고, 지하철 역세권의 유동인구가 각종 편의시설을 끌어오면서 월드컵경기장에서 흑자가 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새롭게 조성된 대형 공원이나 산책로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서울 경기장의 수지 현황은 지난 5년여간 변함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수익을 내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수입은 임대료 74%, 관람료 20%, 주차료 등 기타 수입 6% 정도로 구성된다.
이 이사장은 “서울 경기장이 지방보다 과밀화된 서울 인구 덕을 보긴 했지만, 앞으로 지방에서도 대형 공공시설을 지을 때 유동인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ㆍ사진=박해묵 기자/m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