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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더듬이 왕-열등감 천재…할리우드의 또다른 주인공 심리학
“‘킹스 스피치’가 말더듬증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관심을 이끌어내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가 오래된 미스터리인 말더듬증의 원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고 최근 보도했다. 또 미국 방송사 NBC도 “말더듬증에 대해 ‘킹스 스피치’가 옳은 것과 그른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말더듬증에 관한 최근 연구사례를 소개했다.

할리우드는 ‘꿈의 공장’이라고 했고,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이란 억압된 소망과 무의식이 상연되는 무대 혹은 극장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갖는 꿈과 소망, 악몽과 공포, 마음의 병과 치유는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대중영화의 오랜 재료지만 유독 최근 미국 영화에선 심리학적인 주제의 영화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 열린 제 83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수상작과 화제작 중에선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킹스 스피치’는 1940년대 말더듬증을 앓던 조지 6세가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제 2차 대전에서 영국민들의 신뢰를 받은 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조지 6세가 어린 시절 유독 엄했던 아버지 조지 5세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교육때문에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생기고 이것이 말더듬증을 유발했거나 악화시켰다는 가설에 의지하고 있다. 일종의 프로이트가 주창한 이론의 연장선상이 있다. 영화 속에서 제프리 러시가 연기한 언어치료사는 당시의 다른 의사들과는 달리 조지 6세의 심리적인 문제가 말더듬증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보고 어린 시절 조지 6세가 당했던 조롱과 억압의 기억, 마음 속에 감추고 있던 충동이나 감정을 드러냄으로서 말더듬증을 치료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미국 PBS와 NBC가 미국 학회에서의 연구발표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과학자들은 발달된 첨단과학 장비를 이용한 DNA연구나 뇌(腦)자기공명영상 등을 통해 말더듬증의 원인이 성장환경이나 부모의 교육방식 등 정신병리학이나 심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화학적인 데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랜 래트너 메릴랜드 교수는 ‘프로이트에서 FMRI(기능자기공명영상)까지: 말더듬증의 미스터리 규명’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증이 단어를 되뇌이는 것 이상의 ‘의사소통 장애’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성공했지만 말더듬증에 대한 대중적인 편견을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는 조지 6세의 말더듬증이 부모의 과도하게 엄한 훈육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보여주지만 그것이 말더듬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 유전자의 존재나 뇌 특정 부위의 기능이 말더듬증의 원인이라는 것이 랜 라트너의 가설이다.

꿈과 무의식, 성적 충동과 억압, 신경증, 강박증 등에 관한 프로이트의 학설은 의학적으로는 힘을 잃었지만 문학과 예술에선 가장 각광받는 주제 중 하나다. 나탈리 포트만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블랙 스완’은 다양한 프로이트적인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국의 고급 문화잡지인 뉴요커는 “프로이트에 따르면 도플갱어(분신)를 현실 혹은 꿈에서 마주치게 되는 경험은 기괴한 공포를 낳는다”는 주장을 인용하며 이 영화에서 권위적인 어머니와 퇴물 프리마 발레리나(위노나 라이더), 경쟁자 릴리(밀라 쿠니스)가 주인공 니나(나탈리 포트만)의 도플갱어로 해석했다. 이 영화는 솔리스트에서 드디어 주역으로 발탁돼 백조와 흑조를 연기하게 된 니나가 어둠과 파멸, 관능의 세계로 빠져드는 심리적인 과정을 그렸다. 니나는 발레리나였던 어머니로부터 전폭적인 지원과 통제를 받으며 오로지 발레를 위한 삶을 살던 순진한 여성이었으나 흑조 역할을 훈련하며 실제로 악몽과 환영, 파멸, 강렬한 성적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백조는 억압된 자아를 뜻한다면 흑조는 억압됐던 무의식 혹은 욕망, 충동을 상징한다. 

또 하나의 심리적 텍스트는 ‘소셜 네트워크’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를 통해 사회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기 위한 천재의 ‘인정투쟁’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열등감과 질투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하버드의 엘리트 클럽에 가기를 갈구했다. 꿈 자체를 스크린의 전면에 내세운 ‘인셉션’은 무의식이 (건축물처럼) 구조화돼있다는 발상이나 공포스러운 경험, 기억, 트라우마는 자신의 모습을 왜곡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는 가설을 마치 서로 마주보는 거울처럼 끊임없이 연속되는 꿈의 연쇄를 통해 보여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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