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율형사립고(자율고)로 지정된 서울 모 고교가 시험을 앞두고 특정 학생에게 답안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학교를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달 고교 교사를 어머니로 둔 한 대학생 과외 교사가 학교 시험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어, 교육계 일부에서는 학교 시험 등에 대한 교육 당국의 관리ㆍ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3일 시교육청과 해당 고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가 “기말고사에서 학교운영위원장 자녀의 성적이 지나치게 올랐는데 교장이 답안지를 빼 준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학부모 운영위원들에게 알려왔다.
평소 성적이 전교생 220명 중 40∼60등 내외였던 학생이 작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거의 전과목 만점을 받아 전교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내신등급 조정을 위해 전공대학생도 겨우 풀 정도의 고난이도 문제를 일부러 출제했는데 100점을 맞은 데다 출제자 해답지와 학생의 정답지가 지나칠 정도로 유사했다”고도 했다. 이 학생은 의혹이 제기된 다음달인 8월 초 타 학교로 급히 전학했고, 부모도 학교운영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상위권 학생들이 시험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OMR 카드 작성을 핑계로 교무실에서 나머지 문제를 풀 수 있게 하는 등 내신 성적을 관리해 줬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26∼30일 해당 고교를 특별감사한 뒤 경고 조치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당장은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신상윤 기자 @ssy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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