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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를 위한 강렬한 변주곡...‘로열패밀리’
그녀에게 이름은 없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한 남자를 만난 것뿐이다. 그리고 JK가문으로 대표되는 상위 0.01%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뿐이었는데 그녀는 ‘이름’을 잃었다.

이제 그녀는 K로 불린다. 이 드라마 ‘로열패밀리(극본 권은미, 연출 김도훈)’는 K(염정아)인 그녀를 위한 드라마였다. 아무리 악랄한 시어머니(김영애)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저거 치워’라는 말을 뱉어낼 지라도, K의 후원을 받고 성장해 그녀만을 바라보는 소년원 출신 검사(지성)이 경계를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일 지라도 이 '살벌한 유리의 성'의 주인공은 K였음을 보여주는 첫 회였다.

드라마는 일본 작가 모리무라 세이치의 소설 ‘인간의 증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소설의 경우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많은 인기를 모았던 작품으로, 국내팬들 사이에서도 원작과 맞물며 관심이 커져졌다. 소설이 인간의 본성을 통해 인간을 증명하려 했듯 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로열패밀리’는 흔해빠진 재벌가라는 소재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 안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아귀다툼’에 집중한다. 생존을 위해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으며 삶의 관성에 의해 투쟁하는 모습들을 그려간다. 이제 그 안에서 발현되는 욕망은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일관된 줄기 안에서 인간과 인간을 보여주게 된다.

베일을 벗은 ‘로열패밀리’ 첫 회에서는 소년원 출신 검사 한지훈의 성장기와 유리의 성에서 18년간 유령처럼 살아온 김인숙의 처절한 삶이 펼쳐졌다. 천사의 가슴을 가진 그녀, 모두에게 이름 대신 K일 뿐인 그녀가 남편의 죽음과 더불어 지나간 18년을 몇 차례에 걸쳐 변주하게 된다.

추리수사물도 아닌데 모두가 그녀를 K로 부르며 숙덕이고 있으며 여사님이자 시어머니인 공순호는 인숙을 금치산자로 몰아 JK가에서 잔인하게 내쳐버리려 한다. 남편도 잃고 아들마저 잃어야하는 K의 조용하고 잔인한 삶의 첫 번째 변주는 검사 지훈이 JK가의 변호사가 되며 시작하게 된다.

첫 번째 변주는 강렬함을 예고한다. 그것은 자리바꿈 역행에 의한 변주로 말할 수도 있으며 K의 삶에 새로운 색을 입히게 되는 장식적 변주라고도 할 수 있다. 첫 회 방송 후의 기대감이 향후 전개의 강렬함을 불러오게 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삶은 카메라 안에서 꽤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성실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라다니며 시청자들도 이들의 숨막히는 삶 안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영상이 풀어졌다. 예쁘지는 않지만 촌스럽고 사실적인 이끌림이었다. 그것이 도리어 K의 처절함이 곁으로 와닿는 계기도 됐다.

뚜껑을 열고 난 ‘로열패밀리’는 대체로 호평이었다. 시청자들은 이내 2회 방송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오랜만에 안방을 찾은 염정아가 제대로 된 역할을 만난 것 같다”, “드라마에서 이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 지성의 연기는 신선했다”, “그룹 총수이자 시어머니인 김영애의 눈빛은 소름끼칠만큼 압권이었다”는 반응으로 드라마와의 첫 만남의 소감을 전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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