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이 새롭게 바뀐 상법과 스마트폰 관련 기능을 악용해 500개가 넘는 유령법인을 설립해 1300대가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 대포폰을 유통시켜 오다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유령법인 551개를 설립, 전국 341개 통신사 가맹점을 상대로 고가의 신형 휴대폰 1349대를 개설해 국내 및 중국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14억5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양모(32)씨 등 1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서민경제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법인 설립 절차가 간소화된 점을 악용, 지난해 7월1일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서울 노원구의 한 통신사 가맹점에서 유령법인 명의로 갤럭시S 휴대폰 3대를 개설, 대포폰으로 유통시켜 단말기 및 사용요금 374만원을 편취한 혐의다.

이미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551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이들은 2009년 5월 개정 상법상 법인 설립시 최저 자본금 제도가 폐지돼 자본금 100만원으로도 법인설립이 가능해지자 이를 악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유사상호 금지 규정도 폐지돼 소위 ‘바지사장’ 1명의 명의로 수십개의 유사상호 법인을 설립한 뒤 대표이사, 감사, 이사 등의 명의로 교차 등재함으로써 통신사를 상대로 손쉽게 휴대전화를 개설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개설한 1349대의 휴대전화는 국내에 대포폰으로 유통돼 스팸 문자 발송 등에 사용됐고 중국에도 판매해 14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겼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대림동, 가리봉동 등 차이나타운 등지에서 대포폰을 대량 유통시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번에 경찰에 검거된 총책 양씨와 자금책 최모(31)씨는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인 ‘연무사거리파’의 행동대원으로서 행동책들에게는 “수사기관에 검거되도 나의 신상에 대해 절대 말하지 말라”고 문신을 보이며 협박하고 가명을 쓰도록 사전에 교육시켰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2개월마다 야간을 틈타 은신처와 사무실을 옮겨 다녔고 범죄에 사용한 대포폰과 대포 차량은 수시로 교체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2008년 7월경부터 스마트폰 유심(USIM)칩의 잠금 가능이 해제됨에 따라 유심칩만 갈아 끼워도 공(空)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어 편취한 고가의 스마트폰을 손쉽게 국내외로 유통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령법인에 대한 피해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국내 3개 이통사간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점, 유심칩 잠금기능 해제로 기기간 호환이 자유로워진 점 등을 악용해 유통질서 교란 사범이 늘고 있는 점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통보했다.

<신소연 기자 @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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