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개시후 횡보 장세
외인도 7거래일 이상 순매수
재무상황·벌크선 업황 ‘변수’
대한해운 주가에 변화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종목이 이후 급반등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법정관리 개시와 함께 2만원대에서 1만1000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지난 24일 4% 반등에 이어 28일에도 1% 이상의 오름세로 출발하고 있다. 특히 16일 이후 9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7거래일 이상 순매수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872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 자본총계 6338억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납입자본(자본금+자본잉여금) 1588억원과 비교하면 고작 1.2배 수준이다. 6400원까지 떨어졌던 장내채권(대한해운30) 값도 25일 6700원으로 반등하며 법정관리 개시 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회복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를 제한하고 있다.
대한해운이 의도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과 과거 주가흐름을 종합해 보면 ‘대박’을 노릴 만한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은 데다 특히 주력사업인 벌크선 업황이 문제다.
먼저 아직 작년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아 현 시점에서 회사의 재무상황을 짐작하기 어렵다. 분기 단위로 수천억원의 용선료가 지급되는 만큼 4분기 동안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을 수 있다. 4분기 실적이 반영될 2010년 사업보고서가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도 원칙적으로 열어둬야 한다. 다만 작년 3분기까지의 재무상황과 대주주 행보를 봤을 때 대규모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설령 상장폐지를 피한다 하더라도 재무상황 및 실적개선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용선료 재협상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없는 데다, 특히 주력인 벌크 시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대박을 노릴 만한 종목처럼 보이지만 업황이 좋지 않아 펀더멘털 개선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벌크 시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용선료 협상의 효과와 이후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섣불리 덤비기보다는 재료와 숫자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해운 주가는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 11월 29만7000원까지 올랐었고, 지난해 말 유상증자 전만 해도 4만원대 이상을 유지했다. 2009년 공모된 전환사채와 교환사채의 전환 및 교환가격도 각각 3만7450원에 달한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