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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 vs 분배...복지정책 국민에 물어보니
‘선(先)성장, 후(後)분배’라는 담론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분배를 중시하는 의견의 비중이 크게 높아져 이제 성장을 중시하는 인식과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분배와 관련해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수혜계층을 한정해서 집중하는 ‘선택적 복지’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다.

28일 헤럴드미디어의 싱크탱크인 헤럴드공공정책연구원이 ARS 조사업체 ‘데일리리서치’와 공동으로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정책의 방향 및 복지상(象)’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지금 대한민국이 성장과 분배 중 무엇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에 대한 질문에 ‘성장’(50.5%)과 ‘분배’(49.5%)를 중시한다는 의견이 거의 같았다. 성장 중시 의견이 약간 많았지만, 그 차이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성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이후 경제 불안과 양극화 심화로 분배 및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복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서울시민의 69.7%가 저소득 및 취약계층 위주로 제공되는 ‘선택적 복지’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복지’에 방점을 둔 응답은 30.3%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구인회 교수는 “과거에 비해 경제 성장 가능 폭이 좁아졌고, 그에 따른 혜택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민들이 파이의 크기를 키우기보다 어떻게 나누느냐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또 “선택적 복지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것은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노후에 대한 어려움이 중산층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민은 또 양극화를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판단하고 있었다. 양극화 극복 방법에 대한 질문에 ‘사회 불공정 시스템의 정비’라는 답변이 52.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제성장률 확대’(20.5%), ‘복지 정책 확대’(14.6%)가 꼽혔고,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응답은 12.2%에 불과했다.

‘복지 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낭비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46.5%)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부유세 신설’(22.1%), ‘근본적 조세 개혁’(29.0%)이 꼽혔다. 분야별 복지 수요에 대해선 ‘노후’(25.5%)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출산과 보육’(24.8%), ‘교육’(20.3%), ‘주거’(16.2%), ‘의료’(13.2%)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신뢰 범위 95%에, 오차 한계는 ±3.1이다.

김필수 기자/pilsoo@heraldcorp.comㆍ주준형 연구원/toju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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