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UN에서 분류한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은 시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동해안 지방에선 매년 연례행사처럼 식수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전원생활 터를 구할 때는 풍광, 입지조건, 수도권 접근성 등을 두루 따져봐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물을 쉽게, 그리고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한다. 그래서 옛부터 명당은 물은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풍수’란 바로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다.
지구촌이 갈수록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 평균 강수량이 1245㎜(세계 평균의 1.4배)로 결코 적은 량은 아니다. 하지만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주로 산악으로 이뤄진 지형이 동고서저(東高西低) 형태, 즉 동쪽은 높고 서쪽이 낮아 비가 오면 물이 빠르게 불어나고 순식간에 바다로 빠져나가버린다. 물이 부족한 데도 국민 1인당 연간 물 소비량은 15만 리터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앞으로의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해 전원 땅을 구할 때도 물 확보가 최우선 이다. 가물어도 계곡에는 물이 마르지 않고, 지하수를 팔 경우 수중 모터가 아닌 지상 모터만으로도 물을 퍼 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좋다. 따라서 땅 매매 계약을 하기 전에 반드시 동네 주민과 지역 지하수 업자를 통해 물이 귀한 곳인지, 지하수를 파면 물을 얻을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마을 앞에 강이나 큰 하천이 흐른다고 해서 지하수가 풍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지표수가 풍부한 지역에는 지하수가 귀한 경우가 많다. 만약 지하수 유무를 확인해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계약서에 ‘추후 물이 나오지 않으면 땅 매매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단서를 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물이 귀한 마을과 붙어 있는 땅일 경우 마을에서 지하수 개발 자체를 금지하기도 한다. 따라서 땅 구입 전에 동네 이장이나 주민을 만나서 지하수 개발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나중에 낭패를 보지 않는다. 지하수는 보통 시추공의 크기에 따라 대공, 중공, 소공으로 구분하는데, 물이 귀한 지역이라도 지하 100m 이상 깊이의 대공을 파면 대개는 물이 나온다. 하지만 마을 전체가 물이 귀하다면 마을 물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 대공을 파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주변에 축사가 있을 경우에도 물 확보가 큰 문제다. 지하수가 이미 오염됐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하수 업자와 협의해 지하수맥의 방향, 시추 지점 등을 잘 판단해야 한다. 가족이 쓰기에 적당한 지하수량을 얻을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턱없이 소량이면 생활에 큰 불편이 따르기 때문에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음용수의 경우 수질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야 한다. 만약 지하수 업체가 의뢰한 수질검사기관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다른 수질검사기관을 통해 다시 한번 수질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물론 지하수 업체와 계약을 맺게 되면 통상 지하수 업체에서 적당량의 물이 나올 때까지 시추를 하고, 수질검사 합격까지 책임진다. 하지만 수차례 시추를 해도 물이 안 나오거나, 나와도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하면 아무래도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하수 개발 비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대공의 경우 600만~900만 원선 이다. 마당에 수도 2개를 개설해주는 조건이다.
시골생활에서 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전기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산골에서 전기가 끊기면 그 불편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전기가 끊겨 겨울철 보일러 가동이 한동안 중단되기라도 하면 보일러, 상하수도 배관의 동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지하수 물도 끌어올릴 수 없다. 따라서 전원주택 입지는 가급적 기존 마을과 멀지 않는 곳이 좋다. 정전, 동파 등 사고 발생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도움을 받기에 유리하다. 또 구입하려는 토지가 기존의 전기, 전화 시설과 먼 거리에 있다면 추가로 개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