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 법무장관이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 한나라당 선거사범 수사에 검찰총장을 통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무직 장관과 일선 검사들의 수장인 검찰총장과의 역학구도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이번 논란이 조직내 내홍(內訌)으로 치닫지 않도록 입단속에 신경쓰고 있다.

이 장관의 부당한 수사개입설에 대해 21일 법무부 측은 지난해 한나라당 선거사범 수사 당시 “기소시점을 늦춰달라” 요청했던 것은 실무 편의상 문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 홍동욱 전 그룹재무책임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이런 의혹이 불거진 데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사이 강원지역 전방 군부대를 위문 방문하며 세간의 의혹에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를 지휘했던 남기춘 전 검사장이 이달 초 돌연 사의를 표하고 검찰을 떠난 건 수사에 부당한 외압이 작용했던 게 주된 이유였을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 대다수는 “장관이 총장을 거치지 않고 일선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치권과 기업 측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일선 검찰은 말을 아끼며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 암묵적인 함구령을 따르는 동시에 현재 진행중인 수사에만 몰두하겠다는 것. 여기엔 지난주 평검사 인사 이동 및 조직개편 이후 바쁘게 돌아가는 일선 검찰청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사건을) 따라가기에도 바쁘다”고 전했다.

<백웅기 기자 @jpack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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